1937년 12월13일, 중국의 수도 난징(南京)을 점령한 일본군은 중국군과 민간인들에게 기관총 세례를 퍼부었고 닥치는 대로 목을 베어 강에 던졌다. 그렇게 시작된 ‘난징대학살’ 40여일 간 남녀노소 30여만명이 광기어린 일본군의 총칼에 무참하게 죽어갔다.
그로부터 67년이 지난 2004년 11월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 변에서 30대 중국계 여성 아이리스 장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96년 난징대학살을 고발한 ‘난징의 강간(The Rape of Nanking)’을 내 세계적 주목을 끌었던 그는 이후 일본 우익의 끈질긴 협박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됐다.
‘MBC 스페셜’은 아이리스 장의 의문의 죽음을 연결고리로 난징대학살의 진상을 추적한 3부작 ‘난징대학살’(연출 조준묵)을 12월4일부터 3주간 일요일 밤 11시25분에 방송한다.
‘난징대학살’은 올 7월 100회를 끝으로 7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이어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대사건을 조명하는 50부작 새 기획 시리즈 ‘세계를 뒤흔든 순간’의 첫 작품. 정호식 책임PD는 “올해 68주년을 맞는 난징대학살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달리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본의 우경화 등 세계적 현안과도 맞닿아 있어 첫 주제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1부 ‘잊혀진 홀로코스트’(4일)는 선교사 존 마기의 기록영상 등을 통해 학살의 현장을 되돌아보고, 끔찍한 만행이 희생자들의 강요된 침묵 속에 묻혀져야 했던 까닭을 추적한다.
2부 ‘진실게임’(11일)에서는 난징대학살을 ‘20세기 최고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우익들의 움직임과 진실공방의 의미를 살펴보고, 3부 ‘증언’(18일)에서는 난징 점령에 동원된 일본군 생존자들로부터 ‘100명 목베기 경쟁’ 등에 관한 생생한 증언을 듣는다.
한편 ‘세계를 뒤흔든 순간’은 20세기 세계사를 지배한 혁명과 전쟁, 냉전을 화두로, 2009년까지 총 50부가 방송된다. 2006년 ‘러시아 혁명’ 7부작과 ‘중국 혁명’ 3부작을 비롯해, 2007년 제1.2차 세계대전, 2008년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쿠바혁명을 잇따라 다루고, 마지막 해인 2009년에는 ‘냉전의 종식’ 3부작과 함께 루즈벨트 히틀러 처칠 드골 케네디 등 20세기를 이끈 인물들을 조명하는 ‘20세기의 회고’ 7부작을 내보낼 예정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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