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위기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28일 ‘이슈 2006’에서 미국에서 나타난 ‘세계화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오히려 미국이 세계화의 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이 달 초 커버스토리로 ‘세계화의 피로’ 를 다루고 각국의 비판적 분위기를 전했다.
세계 각국은 12월 초 홍콩에서 열리는 도하 어젠다(DDA) 협상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세계화’ 몸살을 앓고 있다. 각국이 국내 합의에 진통을 겪어 시행 1년7개월을 앞둔 농산물 관세화의 결론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에선 세계화가 미 경제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세계화를 “미국의 전략”이라 강조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세계의 질시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 소재 경제전략연구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비츠 소장은 ‘세계가 기울고 있다’는 제목의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세계화를 소비자 한 사람(미국)과 많은 생산자들(아시아)이 벌이는 게임에 비유했다. “이런 게임은 계속될 수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는 세계화 반대론자들이 앞세우는 ‘미국 중심의 세계화’라는 비판과는 다르다.
프레스토비츠는 세계화가 지난 50년간 미국과 세계의 부를 증대시킨 ‘윈윈 명제’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그 작용이 달라지면서 미국의 복지를 해치고 세계경제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화가 저축 없이 소비만 하는 미국의 수요경제와 그 반대인 아시아 등 개도국의 수출주도 경제로 인해 변질됐다고 보았다.
이를 비대칭적 형태로 규정한 그는 세계 각국이 달러 대비 자국화폐 가치를 약세로 유지시켜 미국 산업의 해외 이탈을 가져온 것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보잉의 경우 첨단부품을 일본에서 제작하는데 일본의 높은 경쟁력은 정책적 엔화 약세란 ‘수출보조금’을 지급한 덕분이란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이 저가품을 수입하고 고부가가치 첨단제품은 수출한다는 말은 이젠 틀린 말이 되고 있다. 1998년 300억 달러 흑자이던 하이테크 교역은 400억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7%인 8,00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프레스토비츠는 이런 무역불균형이 현재 세계화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프레스토비츠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의 정책보좌관을 지냈으며, 미국의 파워 측면에서 세계를 분석하는 글을 발표해왔다.
이와 달리 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에 짜증을 내면 삶이 피곤해진다’며 세계화가 ‘돌이킬 수 없는 시대 흐름’임을 인정했다.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농업보조금 문제만 해도 선진국이 양보하면 세계적으로 연간 3,000억 달러의 이익증가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중국 칠레처럼 세계화는 가난을 극복하는 강력한 방법이며, 과거 미국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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