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진상 발표 기자회견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윤리 논란이 이번에는 연구 진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MBC ‘PD수첩’ 한학수 PD는 28일 “황 교수가 논문에 발표한 줄기세포의 진위에 대한 검증이 마무리 단계이며 이에 따라 방영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그는 “검증 작업은 황 교수와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PD수첩 방영을 전후해 알려지기 시작한 ‘줄기세포 가짜의혹’은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이 기고하면서 명시적으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기고에서 “PD수첩이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취재를 하고 있고 이 일로 황 교수가 매우 힘들어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즉 황 교수가 논문에 발표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줄기세포는 없고, 불임시술 후 남은 배아에서 추출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일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이언스 논문은 ‘희대의 과학 사기극’이 될 것이다. 2004년, 2005년 황 교수의 연구가 세계적 주목을 끈 이유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복제배아가 4세포기까지밖에 배양되지 않는 다른 연구자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2005년 연구 성과)는 직ㆍ간접적으로 환자의 세포치료로 활용될 수 있어 획기적이었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 주변은 모두 펄펄 뛰고 있다. 황 교수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밝힐 게 없느냐”는 질문에 “한두 가지 오류를 시정했을 뿐 그 이상은 없다”고 단언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PD수첩 취재 초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깜짝 놀라 황 교수에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지금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복제배아 줄기세포주가 확실히 있다는 것이고, 100번을 검증해도 명백하다”고 말했다. 주변의 한 교수는 “황 교수가 연구 자체에 대한 의혹만큼은 과학자로서 견디기 힘든 모욕이라며 괴로워했다”며 “만약 MBC가 근거도 없이 방영할 경우 이번엔 사이언스측이 나서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를 제공해 복제 검증에 나서고 있다면 진상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증 과정은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 체세포의 DNA와, 복제된 배아로부터 추출된 줄기세포의 DNA를 비교하면 끝난다.
검증은 범죄 용의자나 시신 등의 신원을 확인할 때 쓰는 ‘DNA 지문 분석’방법으로, 두 샘플의 DNA 염기서열 중 특정 부분들을 비교하면 99.99% 확실하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