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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학과 지성' 창간 30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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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학과 지성' 창간 30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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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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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30년’은 한 출판사가 나고 커 온 시간이기 이전에 한국 문학(인문학)이 가쁘게 달려, 맺고 거둔 결실의 시간으로 빛난다. ‘창작과비평사’(현 ‘창비’)와 함께 한국 문학을 키워 온, 그 맺고 거둠의 30년은 마땅히 모두가 공유해야 할 역사적 자산이다.

내달 창간 30주년에 앞서 발간되는 사사(社史) ‘문학과지성사 30년’에는 문학과지성사(이후 ‘문지’)와 직ㆍ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어 온 여러 문인ㆍ학자들이 쓴, 문지 30년의 역사와 야사, 의의와 성취, 그리고 여러 문인 학자들의 개인적인-그래서 더 애틋한- 인연고백 등이 실려 있다.

문지는 1975년 12월12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7평의 좁디좁은 공간… 책상 세 개로 꽉 차는 사무실, 그것도 사장 둘에 사환 하나라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몰골”(김병익 ‘글 뒤에 숨은 글’)로 문을 연다.

김주연 씨는 걷기 싫어하는 “김병익과 내가 한 시간 넘게, 그것도 사흘 째, 청진동 골목을 빙글빙글 돌”았던 75년 여름의 사무실 구하기 에피소드와, 출판사 설립 발기의 배경 등을 소개했다.

문지 3대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최인훈의 ‘광장’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그리고 유신 막바지인 78년 발간한 마르크시즘 연구서 ‘소외론 연구’(정문길 저)나 79년의 ‘러시아 혁명사’(김학준 저)의 발간 뒷얘기 등도 흥미롭다.

문지의 출범은 70년 창간한 계간 ‘문학과 지성’, 그에 앞서 김현 등이 주축이 돼 만들었던 동인지 ‘산문시대’(62년)와 ‘사계’(66년), ‘68문학’(68년)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치수씨는 “계간 ‘창비’(66년 창간)가 실천적 지성에 비중을 두고 문학의 현실 참여를 주장한 반면, 계간 ‘문지’는 이론적 지성으로 현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시도하고 문학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했다”고 창간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당초 정했던 ‘현대비평’이라는 이름의 ‘비평’이라는 단어가 불순하다고 문공부가 등록을 거부한 일, 즉석에서 김현이 ‘문지’를 제안해 허가된 일화 등을 소개했다

300권을 넘어선 ‘문지 시인선’(78년) 간행, 신군부에 의한 계간지 강제 폐간(80년)과 복간(87년), ‘문학과 사회’로 이어진 동인 2, 3기 시절 이야기 등 때로는 복류(伏流)하고 와류(渦流)하며 그 도도한 흐름을 이어 온 30년의 물줄기를 좌담과 각종 글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김명인 시인은 첫 시집 ‘동두천’(79년)에 대한 신군부의 출판 검열을 피하기 위해 2쇄를 찍지 못한 일을 소개했고, 소설가 김원일 씨는 “(문지 식구들과 나눈) 문학과 우정의 끈을 잡고 낙오되지 않은 채 여기까지 왔기에 어줍잖은 오늘의 내 문학이 있음 또한 사실”이라고 썼다.

김인환(고려대) 교수는 “고교시절 문예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자신이 계간 문지 3호의 어떤 글에 대해 독후감을 썼고, 4호에 실린 그 글을 읽은 김현이 전화를 걸어왔던 그 운명적 만남을 추억했다.

김혜순 시인은 문지(79년 겨울호)를 통해 등단하던 시절의 일화를, 신용하(한양대 석좌교수) 씨는 80년 4월 창립한 ‘한국사회사연구회’(현 한국사회사학회)의 ‘돈 안 되는’ 기관지 출판을 흔쾌히 맡았던 문지의 열정을 떠올렸다.

이성복 시인은 77년 시를 좀 보잔다는 김현의 전갈을 받고 캘린더 수첩에 시를 정서해 연구실 문을 두드리던 그 때의 ‘떨림’을, 그 떨림을 공유했던 친구들(소설가 이인성, 평론가 정과리)과의 만남을 기억한다고 했고, 황동규 시인은 문지에서 인연 맺은 이들의 면면을 일일이 소개하고 현 멤버들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좀 더 대담하게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 한 군데에 치우치지 않은 문지 전통만은 살리라고 말하고 싶다.”

문지는 발간사에 지난 30년의 시간을 “한국인의 의식을 감금하고 있는 샤머니즘과 패배주의의 장벽을, 온몸을 물집으로 만들며 두드린 기간”이었다고 썼다. 그리고 이제 “그 지성의 고삐가 풀리지 않았는지, 상상의 지평선에 괜한 철책을 세우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보”고자 한다고 썼다.

문지는 9일 오후6시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사사 출판기념회와 송년회를 겸한 문지 30주년 기념식을 연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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