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씨의 죽음은 일본 내 한류(韓流) 열풍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2001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씨의 삶을 다룬 한일 합작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가제)의 하나도우 준지(花堂純次ㆍ50)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22, 23일 열린 배우 오디션과 12월 말 부산에서 시작되는 영화 촬영을 위해서다.
1977년 니혼(日本)대학 영화학과를 나온 그는 TV드라마 연출을 하다 2000년 ‘양의 노래’로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데뷔작을 포함해 ‘꿈을 쫓아서’ ‘불량소년의 꿈’ 등 세 편의 장편영화를 만든 일본 영화계의 중진이다.
이씨에 대한 추모영화는 2001년부터 추진되었지만, 그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지난해 10월에서야 이씨의 부친 이성대씨가 촬영을 허락한 것도 이유였지만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이 녹록치 않아서다. 한국 영화계는 “이씨의 삶이 평범하고 굴곡이 없어 영화로 만들기 힘들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하나도우 감독이 이 작품을 맡게 된 것은 우연이자 필연. 일본 측 제작자인 다카하시 마쓰오(高橋松男)가 우연히 하나도우 감독의 작품을 보고 영화적 재미와 더불어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담아내는 연출력을 높이 사 감독직을 제안했다. 이씨의 의로운 죽음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하나도우 감독은 흔쾌히 메가폰을 잡았다.
대부분의 일본인이 그렇듯이 이수현씨의 죽음이 있기 전까지 하나도우 감독에게 한국은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나라’ 였다. 그는 “재일동포 친구가 많고 트로트도 친숙했지만 한국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위해 1년 넘게 이씨의 부모를 비롯해 친구들과 대학은사 등을 만나고 자료 조사를 하면서 그는 비로소 한국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인은 ‘우리끼리’ ‘우리 형’ 등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우리’라는 동질 의식이 무척 강합니다. 젊은 층에서 부모님을 잘 모시고 싶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 놓는 점이 너무 좋습니다.”
하나도우 감독은 이씨가 씨를 뿌린 한류의 힘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매년 이씨의 기일이 되면 욘사마(배용준) 팬클럽이 이수현 현창 장학회에 내놓는 장학금만해도 수 백만엔에 달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실화와 허구를 섞어 이수현씨를 화면에 제대로 부활시키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단순히 미담으로 포장된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터프하면서도 부드러운 마음을 가졌던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낼 생각입니다.”
한국 이삭필름과 일본 키네마 모션 픽처스가 손을 잡고 25억원을 들여 만드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는 2007년 봄 한일 동시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도우 감독은 “일본에서 반향이 크면 한국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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