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북서쪽 외곽지역 그뢰셔에 위치한 전자제품 전문유통체인점 사툰(SATURN). 지상 4층 높이의 대형매장 입구 왼쪽에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액정화면(LCD) TV 등 디지털 제품들로 꾸며진 특별 전시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3층 디지털TV 매장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시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고, 필립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유명 브랜드의 제품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이 체인점의 프리츠 사장은 “올해 고화질(HD) 방송수신 장치가 내장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32인치 LCD TV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며 “더 좋은 제품이 시장에 나타나고 내년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판매량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브라운관TV 판매가 전체 수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그 비중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디지털TV 중에는 LCD TV가 60%, PDP TV가 20% 가량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유럽 디지털TV시장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 내년 고화질(HD) TV 방송을 시작하면서 ‘HD 월드컵’ 중계가 보편화하기 때문이다.
‘HD월드컵’의 잠재력은 이미 유럽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유럽 디지털TV의 주력 제품인 액정화면(LCD) TV 시장은 지난해 45억 달러에서 올해 69억 달러로 53.5% 성장했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시장도 지난해에 비해 40.4% 커질 것으로 조사됐다.
‘HD월드컵’시장을 잡으려는 브랜드간 경쟁도 치열하다. 유럽시장의 터줏대감인 필립스는 독일 월드컵의 공식후원사로서 안방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기세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업체도 유럽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에 대해 비상 경계령을 발령했다. 소니는 한국제품의 질주를 차단하기 위해 9월 미국시장에 내놓아 히트를 치고 있는 브라비아 LCD TV(32ㆍ40인치)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시장에 속속 내놓고 있다.
이 와중에도 한국 브랜드의 강세는 단연 돋보인다. 한 시장조사기관의 최근 조사(8~9월)에 따르면 한국제품(삼성전자ㆍLG전자)의 유럽 LCD TV시장 점유율은 21.4%로 일본 브랜드(소니ㆍ샤프 17.5%)와 필립스(14.6%)를 제쳤고, PDP TV시장에서도 20.5%를 차지해 필립스(15.0%)를 넘어 일본(파나소닉ㆍ소니 25.1%)을 바짝 뒤쫓고 있다.
특히 이미 유럽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은 삼성전자는 영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 LCD TV 선호도 1위, 프랑스, 이태리, 포르투갈 등에서 PDP TV 1위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사툰 매장에서 만난 한 중년신사는 “29인치 브라운관TV을 바꿀 때가 돼 매장을 찾았다”며 “집안 거실 크기에 맞게 32인치 가량의 적당한 TV를 찾는데 한국제품이 디자인과 품질에서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승각 삼성전자 독일법인장(상무)은 “세계 TV시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브라운관TV에서 평면 디스플레이 TV로 변화하고 있다”며 “LCD와 PDP TV분야를 집중 육성해 온 한국 업체들이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글 ㆍ사진 프랑크푸르트=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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