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에서 7조8,000억원을 깎겠다고 공언한 한나라당이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 가운데 유사 중복 사업을 찾아내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선 정책위를 통해 국회 예산정책처와 공동으로 ‘2006년도 예산안 유사 중복사업 현황’부터 조사해 10여 개 중복사례를 밝혀냈다. 한나라당 예결위 관계자는 27일 “중복사업은 과감히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삭감을 공언한 규모에 걸맞은 낭비사례 등은 찾지 못해 고민도 크다.
한나라당은 교육부의 내년도 신규 사업인 ‘고부가가치산업인력특별양성 사업’의 경우 기존 ‘누리(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2,700억원)과 중복된다고 보고 있다. 누리사업 등을 통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 또다시 신규사업으로 둔갑해 100억원이나 별도로 책정된 만큼 전액 삭감대상이라는 설명이다.
한반도 주변 4개국 등의 해외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통일관련 정책설명회 등을 연다는 통일부의 ‘통일 캐러반 운영’ 사업(4억9,500만원)도 중복사업으로 꼽혔다.
일회성 단순 이벤트에 불과한데다 이들 국가와의 정부간 전략회의는 이미 별도 예산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통일관련 대토론회를 갖는 ‘통일정책 추진’사업(6억3,500만원)도 민주평통에서 매년 해외지역별 순회 설명회를 연다는 이유에서 전액 삭감 리스트에 올랐다.
국방부에선 74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제대군인 직업보도교육’과 10억원이 배정된 ‘군인취업활동 지원’이 중복사례다. 이들 사업은 33억5,900만원이 책정된 국가 보훈처의 ‘제대군인 지원사업’과도 겹친다는 지적이다.
120억원이 책정된 과학기술부의 ‘대형 위그선(물 위를 나는 배) 사업’도 전액 삭감대상에 포함됐다. 산자부의 소형 위그선 개발 사업과 겹칠 뿐더러 향후 해상 운송에서 위그선이 차지할 비중을 부풀렸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노동부의 ‘실직여성가장 자영업 창업 지원’(120억원)과 여성가족부의 ‘여성가장창업자금융자’(30억원)도 사업목적과 지원대상이 거의 동일했다. 문화부와 방송위원회가 방송분야 국제교류, 방송물 수출, 인력 해외연수 사업, 프로그램 제작지원 등에서 각각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도 유사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한나라당 주장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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