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일명 벌집방) 이나 주거용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서울시민이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같은 거주시설은 다른 건물들과 달리 소방법의 관리대상에서 제외돼있어 대형화재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서울시 소방방재본부가 김흥식 서울시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행정사무 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서울시내 쪽방은 모두 352개 동(棟) 3,883개, 주거용 비닐하우스는 1,193동에 달했다.
쪽방은 한평남짓한 방 1개에 보통 1명이 거주하는 것을 감안해 주거용 비닐하우스 거주자 6,298명과 합산하면, 이들 시설 거주자수는 대략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쪽방은 대개 1960~70년대에 지어진 목조 혹은 슬라브 지붕의 노후건물로 많게는 수십 개의 단칸방이 한 건물에 붙어 있다. 종로, 용산, 영등포, 중구 등 전통 주거지역에 빼곡이 몰려 있다.
중구의 경우 남대문로 5가 일대에 69개동 1,193개의 쪽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서울시내에서 가장 많은 쪽방거주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종로구는 돈의동과 창신동을 중심으로 147개 동 1,225개의 쪽방이 있었다. 또 용산구는 동자동과 갈월동에 39개 동 937개, 영등포구는 영등포역 주변인 영등포1,2동과 문래1동을 중심으로 107개 동 528개의 쪽방이 각각 있었다.
주거용 비닐하우스는 강남 일대에 떼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서초구에는 350개 동(960가구)에 2,840명의 거주자가 있고, 강남구는 471개 동에 562가구 1,389명, 송파구는 107개 동(437가구) 1,405명이 살고 있었다.
이밖에 강동구와 노원구 등에도 소수의 비닐하우스 거주자가 있었다. 이는 강남일대에 몰려있는 화훼단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 저소득층이 몰려와 거주지역을 형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쪽방과 비닐하우스는 소방법 미적용으로 소화기 등 방재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어 화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각 소방서장의 직권으로 순찰이나 예방활동을 2배 이상 강화하는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된 지역도 일부에 불과해 ‘사고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이들 지역이 소방법상 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비상벨, 소방호스, 소화기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화재예방 교육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각 자치구에서 이 곳 거주자들을 위한 마땅한 주거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화재예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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