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유가가 강세를 지속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고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970년대 석유 위기는 중동전쟁에 따른 일시적 공급 감소가 원인이었던 데 반해 지금의 고유가 상황은 석유시장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세계 경기 회복과 중국 등 개도국의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석유 생산 능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석유 수급이 빠듯해진 것이다.
한편 에너지 안보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거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대외정책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에너지의 전략화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이제 더 이상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이렇듯 우리의 에너지 상황은 고유가, 에너지 안보, 환경 문제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해결책은 크게 두 갈래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일과 에너지 소비 체질을 바꾸는 일이 그것이다.
우선 외환 위기 이후에 중단되다시피 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 강화와 함께 투자 기반을 조성하고, 기업은 공격적인 투자전략으로 해외자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
석유를 대체할 대안은 현재로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뿐이다.
원자력은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약 40%, 전체 에너지의 약 15%를 담당하고 있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 불안과 지속되는 고유가, 기후변화협약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원자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의 에너지 현실을 들여다보면 원자력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나 이념적 반대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원자력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음으로 수요 측면에서 산업구조와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바꾸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고유가 상황인데도 금년도 상반기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4.4%나 증가하였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높고, 전반적으로 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다.
에너지 문제는 국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국가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국가적 해법과 온 국민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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