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경제부는 현재의 재정만으로는 급증하는 의료 분야의 고급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면 민간의료보험에 맡기는 보충형 의료보장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재경부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현재 60% 수준인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 수준으로 증가시키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재원증액을 위한 보험료 인상은 가입자뿐만 아니라 기업주의 저항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은 국고 지원 확대이지만, 경제부처는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 2006년 말에 만료되면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저소득ㆍ취약계층으로 한정시키면서 그 규모를 축소하려고 한다.
하지만 국민 건강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적정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지속적 국고 지원이지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를 통한 이원적 의료보장 체계 구축이 아니다.
경제부처는 의료시장 개방, 영리법인 의료기관 허용, 민간 의료보험 도입 등을 포괄적으로 묶는 의료 산업화를 몇 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외국계 또는 외국자본과 합자한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설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진료비가 비싼 영리법인 의료기관에 대한 진료비 지불수단으로서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다양하고 고급화된 의료수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의료기관들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외국계 영리법인 의료기관은 국내 의료기관들과의 무분별한 경쟁을 부추겨 국민의료비를 급증하게 하고, 계층간 의료 이용의 차별화로 사회계층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외국계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유치를 위한 미끼로서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의료보장과는 무관한 정책일 뿐이다.
재경부의 계획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들의 질병 정보를 민간 보험회사에 넘겨주자는 것이다.
개인 신상정보의 유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국가가 앞장서서 일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하여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의 질병 정보를 넘겨주고자 하는 계획은 사생활 침해를 국가정책으로 보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무책임한 정책계획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재경부의 계획은 의료체계를 저소득ㆍ취약계층과 대다수의 중산ㆍ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의료부문과 민간 의료보험을 이용한 지불능력이 있는 고소득 계층만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고급화된 진료를 제공하는 영리 위주의 의료부문으로 나뉘게 하는 이원적 보건의료체계의 구축이다. 이 계획에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 축소, 외자유치와 보험산업에 대한 지원 등이 숨어 있다.
국민에 대한 의료보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의료 양극화를 조장하는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가 초래할 사회적 위험에 대한 인식과 저항이다.
그리고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저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료의 공공성 강화이다. 공공의료 비중을 30%로 높이고 국민건강보험 환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보건의료정책이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저지하고 의료보험 이원화를 막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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