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마이(三枚)라는 일본 전통 노름이 있다. 화투 세 장의 숫자를 합친 끗발로 승부를 가린다. 세 장을 합친 숫자의 끝자리가 0이 되면 섰다의 망통처럼 망하는 것이고, 아홉 끗이면 최고다. 망통의 숫자 조합은 ‘1ㆍ2ㆍ7’ ‘2ㆍ3ㆍ5’ 등 많다. 짓고땡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줄 외는 숫자 조합 가운데 ‘삼빡구’(3ㆍ8ㆍ9)의 어감은 유난히 선명하다.
일본에서도 그랬던지 ‘3ㆍ8ㆍ9’를 ‘8ㆍ9ㆍ3’ 순으로 읽은 ‘야쿠자’는 쓸모없는 패의 대명사였다. 그것이 노름꾼, 노름판 주변의 불량배를 칭했다가, 지금은 조직 폭력배를 가리킨다.
■일본의 조직폭력배는 역사적 뿌리가 깊다. 노름 패거리인 ‘바쿠토(博徒)’는 11세기 이전, 노점ㆍ행상 패거리인 ‘데키야(的屋)’는 14세기부터 존재했다. 옛날식 암시장과 지하시장을 장악한 세력이었다.
이때만 해도 ‘폭력’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다. 17세기 이후 실직한 하급 무사들이 전통적 바쿠토ㆍ데키야 패거리에 섞여 들어가면서 폭력의 바탕이 마련됐다. 여기에 패전 후 황량한 도회지를 누빈 폭력 청소년 집단인 ‘오로카렌타이(愚連隊)’가 합쳐진 것이 현재와 같은 야쿠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야쿠자는 일본사회의 암적 존재였지만 정ㆍ재계와도 물밑으로 두터운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ㆍ인원 동원력을 고리로 우파 정치인들에게 줄을 댔고, 주주총회의 향방을 좌우하는 ‘총회꾼’ 역할을 통해 재계와도 이어졌다.
일본 수사당국이 이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던 것도 활동ㆍ조직 생리가 워낙 독특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정ㆍ재계와 맺어온 연줄과도 무관하지 않다. 1992년 ‘폭력단방지법’ 시행에 따라 ‘지정 폭력단’으로 등록하고 당국의 감시를 받는 등 활동영역의 위축을 피하기 어려웠다.
■유흥업소의 ‘관리’나 기업활동ㆍ민사재판 ‘관여’ 등 전통적 돈줄이 가늘어지고 있지만 다른 폭력단과의 ‘항쟁’ 때문에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최대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는 지금도 43개 광역단체에 거점을 두고, 3만5,000명을 이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꺼렸던 마약 거래에까지 손을 대고, ‘프론트 기업’을 내세워 투자와 무역 등 통상적 경제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흐름으로 보아 일본 동부지역 최대 조직인 스미요시카이(住吉會)가 최근 국내의 한 호텔을 인수한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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