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에서라면 있을 수 없을 법한 일이 벌어져 화제가 됐다. 제너럴 모터스(GM)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비판적인 기사에 불만을 품고 광고를 ‘뺀’ 것이다.
한국일보 보도(25일자 A1면 ‘기업 2곳 “PD 수첩 광고 중단”-네티즌 압력에’)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GM_LA 타임스의 경우보다 훨씬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광고주가 아니라 네티즌들이 광고주에게 압력을 넣어 특정 방송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를 중단시키는 운동을 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집은 이제부터 MBC 채널 아예 없애버리겠다!” “민족적 배신감을 느낀다.”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 전화를 하자”며 이 프로그램에 광고하는 12개 기업의 명단과 전화번호를 올리는가 하면 불매 운동 지침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22일 방영된 PD 수첩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이 ‘황우석 교수에 대한 악의적인 흠잡기로 국익을 해쳤다’고 보는 것 같다.
1982년 5월 영국군이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섬에 진격하자 공영방송 BBC는 ‘침공(INVASION)’이라고 규정했다. 당연히 영국의 여론이 들끓었다. “매국노!”라고. 우리라면 어땠을까?
특정 프로그램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불법적인 방법으로 언론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 그런데 언론이 ‘국익’을 위해 영웅 감싸기로 일관했다면 대한민국은 “언론까지 나서서 국익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이상한 나라”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섭섭하게 들리실 분도 계시겠지만 언론은 일차적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다. 진실과 사실을 보도하는 기관이다.
박석원 기획취재부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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