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吉林)성 화학공장 폭발로 쑹화(松花)강에 유입된 벤젠 오염띠가 25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유역을 빠져나가면서 시 일대의 혼란은 진정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시가 30일부터 4일간 단수에 들어가는 등 재앙은 쑹화강 하류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남을 토양 오염과 생태계 변화 등 재앙의 후유증도 쉽게 가라 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오염 사고로 고도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중국의 환경 관리 부실 실태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중국의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사태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중국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오염 은폐와 축소가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외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중국 정부는 현지에 조사단을 급파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비록 80㎞에 이르는 주 오염띠는 흘러 가지만 오염 물질이 강 유역과 토양을 오염시킬 것이고, 영하의 기온으로 벤젠과 함께 얼어붙은 강물이 녹으면 엄청난 환경 재앙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이룽장성 환경보호국은 이날 오전 하얼빈시 첫 취수원 감측 결과 니트로벤젠은 기준치를 33배 초과했으나 벤젠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얼빈시 당국은 중앙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의 쑹화강 수질 오염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28일부터 수돗물 급수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린성 쑹위안(松源)시 단수 조치는 이미 해제됐다. 20일부터 시작된 수돗물 공급 차질과 함께 대지진 소문으로 확산했던 생필품 사재기와 일부 주민들의 탈출 현상도 누그러졌다.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 관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화학 공장 폭발로 약 100톤의 벤젠 성분이 쑹화강으로 흘러들었지만 오염된 물을 마셔서 문제가 일어난 사례는 없었다”며 “13일 사고 직후 지방 관리들에게 환경 위험을 고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태의 확산에는 정부 당국의 은폐와 축소 발표가 큰 몫을 했다고 불만의 소리를 높이며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사고 10일이 지난 23일 하얼빈시 단수조치를 취할 때까지 벤젠 오염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또 하얼빈시 당국은 22일 시 전역 수돗물 공급을 4일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사실과 다르게 수질 검사, 수도관 점검을 이유로 들었고 단수 시점도 밤8시, 12시 등 우왕좌왕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지진설, 조류독감 대량 확산설 등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25일에도 국가환경보호총국의 장리쥔(張力軍) 부국장은 오염띠가 중국 국경을 통과하는 데 14시간이 걸린다고 한 반면 헤이룽장성 수문국의 인파장(陰法章) 부총공정사는 25일이 걸린다고 밝히는 등 당국의 발표에도 혼선이 계속됐다.
쑹화강의 오염띠가 다음달 30일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시는 25일 대책회의를 열고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단수를 하기로 하고 주민들에게 식수 저장을 당부했다. 러시아 자연자원부는 “아무르강의 물에서 독성물질을 확인하면 하바로프스크를 며칠 동안 폐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 전문가들 "동해엔 영향 없을 것"
중국 지린(吉林)성 석유화학공장 폭발로 쑹화(松花)강이 벤젠에 오염된 것에 대해 국민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1991년 우리나라도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를 경험한 탓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쑹화강 벤젠 오염이 주변 지역의 먹이사슬에 타격을 주는 등 엄청난 환경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여파가 우리나라까지는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생태계 영향 전문가들은 쑹화강 또는 아무르강 유역의 토양 오염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겨울 갈수기여서 강물의 흐름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오염 물질이 강 유역에 가라앉거나 주변 토양에 흡착될 가능성이 크다. 사고 발생 지역에서 벤젠 제거를 위한 처리제를 뿌렸을 경우에는 더 많은 오염 물질이 강바닥에 가라앉을 수 있다. 주변 토양이 오염되면 이 지역의 먹이사슬이 교란될 수 있다.
쑹화강은 아무르강을 거쳐 사할린으로 흘러 들고, 사할린은 동해와 지척이다. 이 때문에 한국 북한 일본 등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무시해도 좋을 가정’이라고 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우일 연구사는 “인근 해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면서 “그러나 바다는 워낙 용량이 큰 수용체이므로 오염 피해의 범위가 그다지 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벤젠 관리실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벤젠은 울산과 전남 여수에 있는 석유화학단지에서 나온다. 대규모 공업단지인 만큼 정부와 개별 기업 모두 높은 수준의 안전관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벤젠의 경우 폭발 위험이 있는 석유류인 만큼 이를 생산ㆍ관리하는 개별 기업이 보다 엄격한 자체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중앙부처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도 취급 및 보관시설을 적절하게 운영하는지, 운송 시 안전준칙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수시로 관리 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처럼 불의의 폭발사건이 생길 경우에는 우리나라도 속수무책이다.
■ 벤젠이란?
벤젠은 무색의 독성화학물질이다. 플라스틱 합성세제 살충제 등 수많은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미국 보건당국은 벤젠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벤젠에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병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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