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정부 시절 안기부(현 국정원)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전화통화까지 직접 도청했던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의 고위당직자를 역임했던 한 중진 정치인은 이날 기자와 만나 “YS와 강삼재 사무총장의 통화를 안기부가 도청하다 들킨 일이 있다”면서 “YS는 통화 중 갑자기 음질이 나빠지자 직감적으로 도청을 의심, ‘누고(누구야)’라고 호통쳤다“고 말했다.
그는 “YS가 호통치는 순간 바로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며 “안기부 직원이 당황해 도청을 중단하려다 전화까지 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이 터진 뒤 강 총장이 안기부에 ‘대통령 전화까지 도청하다니 제 정신이냐’고 강력히 항의했다”며 “안기부는 여의도 극동 빌딩 1~7층을 쓰던 신한국당 당사를 전부 조사하는 척하고 ‘도청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중진은 “강 총장은 안기부 조사결과를 믿지 못해 자체 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 안기부가 극비리에 여의도 극동빌딩 8층을 통째로 빌려 신한국당의 모든 통화를 도청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면서 “강 총장이 시정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안기부는 규모만 축소했을 뿐 비밀사무실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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