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구단주 출신으로 프로야구 수장에 올랐던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사퇴했다. 이에 따라 후임 자리를 구단주 출신의 민선 총재가 승계할지, 정부가 배려한 정치인이 낙하산 인사로 차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총재는 25일 “일신상의 이유로 다음달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KBO 총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1998년 12월에 KBO 12대 총재로 선출된 뒤 역대 최장 기간인 7년 동안 프로야구를 관장해 왔다.
2006년 2월까지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는 ‘최장수 총재’의 중도하차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박 총재는 지난 7월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불거진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의 여파로 도덕성과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었다. 야구계의 사퇴 압력에도 그가 지금껏 자리를 지킨 것은 시즌 중에 수장이 물러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불명예 조기 퇴임에도 불구하고 박 총재가 프로야구에 남긴 업적은 평가할 만 하다. 박 총재는 정부의 잇단 낙하산 인사를 배격하고 등장한 최초의 민선 자율 총재였다. 당시 KBO 총재직은 정권에서 소외된 거물급 인사들의 잠시 쉬어가는 자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박 총재는 프로 활성화는 물론 아마 야구 육성에도 힘을 쓰면서 KBO 총재 자리를 야구인에게 돌려주었다.
박 총재는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도입하는 등 프로야구 중흥을 위해 힘 썼다. 재정난에 빠진 쌍방울 레이더스와 해태 타이거즈를 SK와 기아가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청 야구단을 창단을 성사시켜 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에 앞장 선 것도 그의 작품이다.
한편 야구계에선 신상우(68) 전 국회부의장 등 유력 정치인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곤지암골프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8개 구단 구단주와 사장단 합동모임에 참석한 사장들은 “후임 총재선출에 대해 8개 구단이 단 한번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어떤 세상인데 정치인 내정설이 떠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의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에 한번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식으로 이야기는 못 들었다”며 “내 후배들이 그런 얘기를 했으나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KBO는 12월 중순 이사회와 단주 총회를 열어 차기 총재를 결정한다. 8개 구단은 98년 박 총재를 추대할 당시 더 이상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구단주가 교대로 취임하기로 합의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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