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파문 등으로 해체논란에까지 몰린 국정원이 내년도 국내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무려 12.3%나 늘리겠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것을 놓고 말이 많다. 국내부문 축소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국정원이 내년도 정부예산 평균인상률(8.3%)보다 훨씬 높은 국내파트 예산 증액을 요구한 데 대해 비판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25일 국회 정보위 예산결산소위 회의에서도 전날에 이어 국내파트 중 크게 2가지 분야에서 증액을 요구했다. 첫째 탈북자 합동심문소 시설과 대테러정보센터 관련 시설 확충 예산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내부문 예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낡고 노후한 시설을 보강하는 예산이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정보위원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건물 신축 예산 등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정보수집 활동 강화를 위해 예산을 늘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국정원이 ‘예방적 국내정책정보 활동 강화’를 명목으로 증액을 요구한 부분이다. 국정원은 방폐장 문제나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사회적으로 갈등이 큰 사안에 대한 갈등 예방차원의 정보요구가 커지는 만큼 적절한 예산 증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실제 이 부문 예산을 20~30% 늘리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정보위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열린우리당 소속 한 정보위원은 “정책정보활동이라 고 말은 하지만 이 역시 국내정보 수집 활동일 뿐”이라며 “이 예산을 늘린다는 것은 국정원 개혁 흐름에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임종인 의원 역시 “국내정보수집 파트 예산은 증액이 아니라 오히려 크게 삭감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소수의견에 그쳤지만 “2002년부터 국내부문 예산을 지나치게 줄여온 만큼 이번에는 정상화시켜 줘야 한다”(한나라당 공성진 의원)는 반론도 없지않다.
결국 정보위는 이날 예산소위에서 갑론을박을 거듭하다 국내부문 예산을 대폭 삭감키로 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하고, 29일 전체회의에서 최종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정원 예산은 법에 따라 예결위를 거치지 않고 정보위에서 결정되며 구체적인 예산규모와 항목 등은 2급 비밀로 공개가 금지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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