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처음으로 서구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대규모 개인전이 개막,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전시는 사킵 사반치 미술관이 24일 막을 올린 ‘이스탄불의 피카소’. 이번 전시는 터키에서 사실상 처음 열리는 서구 현대미술 전시회이기도 하다.
1,600여년간 동ㆍ서 문명이 교차하며 오스만 제국의 풍부한 역사ㆍ문화적 유산을 간직한 터키는 그간 서구 사회에 자국의 신비로운 미술품과 공예품을 소개하는데 열중했지 서구 미술을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권은 피카소와 같은 작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풍토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이스탄불의 피카소’전은 올 10월 유럽연합(EU)과 가입 협상을 시작한 터키가 한층 유럽으로 다가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AP 통신 등은 터키에서는 이번 피카소전이 유럽과의 문화적 간극을 메우고 이스탄불이 유럽 문화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낳고 있다고 전했다.
사킵 사반치 미술관의 굴러 사반치씨도 “피카소는 모더니즘의 상징”이라며 “터키가 서구의 일원이자 모더니즘의 일원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피카소전이 여기 터키에서 열리기를 오랫동안 갈망했다”고 말했다.
첫 전시인 만큼 136점 전시작은 예술가 피카소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데 손색이 없다고 미술관측은 자랑하고 있다. 피카소가 14살 때 그린 첫 유화 ‘새’부터 죽기 2년 전에 그린 작품까지 유화 스케치 조각 등을 망라, 사실주의 에서 입체파의 거장으로 올라서기까지 화풍의 변천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피카소의 대표작 ‘아비뇽의 처녀들’의 태피스트리는 놓치면 아까운 작품으로 꼽힌다.
그간 유럽 미술에 대한 터키인들의 갈증을 반영하듯 피카소전에 대한 관심도 폭주하고 있다. 사킵 사반치 미술관은 내년 3월26일까지 계속되는 피카소전의 후속 전시로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 전을 기획하는 등 서구 현대미술을 터키에 소개하는데 치중할 계획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