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이 7(각하) 대 2(위헌)로 나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행정도시에 어느 정도의 행정기관을 이전해야 수도로 볼 수 있는가’하는 ‘이전 내용과 규모’에 대한 상반된 기준에서 비롯됐다.
각하 의견을 낸 7명 재판관은 서울에서 행정도시로 이전하는 49개 기관이 수도분할이라고 할 만큼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그 근거로 이전 기관들의 직무범위가 대부분 경제ㆍ복지ㆍ문화 분야에 한정된 점,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기관들이 제외된 점 등을 들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서울에 남아서 국무회의 심의사항을 최종 결정하는 기능을 유지하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국무총리실이 이전하기는 하지만 국무총리는 헌법상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기능을 할 뿐이라고 해석, 헌법소원 청구인측의 주장과 달리 국무총리의 지리적 위치를 수도를 정의하는 결정적 요소로 보지 않았다.
각부 장관도 이미 정해진 정책을 구체화하는 기능을 할 뿐이라고 판시했다. 즉 ‘머리’가 서울에 남아 있기 때문에 ‘손발’이 떨어진다고 해서 수도기능이 이전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2명 재판관은 국무총리와 12부 4처를 비롯한 49개 기관이 모이게 되는 행정도시는 서울과 함께 또 하나의 수도로서 지위를 가지게 된다고 명시했다.
행정 각 부처 중 73%가 이전하는 점, 경제 관련 주요부처가 이전하는 점, 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가 이전하는 점, 국가행정예산의 약 70%가 행정도시에 집중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할 당시 스스로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가 수도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판시했던 것에 대해, ‘대통령, 국회의 소재가 유일한 조건이라는 뜻은 아니었다’며 결정내용이 서로 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해갔다.
수도의 요건에 대한 이러한 엇갈린 기준들은 행정도시 특별법이 ‘수도=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어겼는지, 나아가 국민투표가 필요한지에 대해 각기 다른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각하 결정이 내려졌으면서도 사건 본안에 대한 광범위한 심리가 진행됐다. 각하는 사건의 전반적인 것을 살피기 전에 형식적 요건 등을 이유로 본안 심리를 거절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는 행정도시가 헌재 심판대상이 되는 헌법적 사항이냐에 대한 ‘형식적 요건’의 판단이 바로 사건의 본질에 대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 사건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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