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제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도 잊고 마음도 안정돼요. 남들이 제 카드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자신감도 생기지요.”
미국 뉴욕주 토나완다에 사는 소녀 가브리엘라 티론(8)이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는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다. 항암 치료로 머리칼은 다 빠졌지만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
어머니 수잔씨는 22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카드 그리기는 백혈병과 맞서는 유일한 무기”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카드를 그려야 돼? 그런다고 병이 낫나?’하면서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카드가 팔리면 너같이 고생하는 암환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어’라고 설명하자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가브리엘라가 화가가 된 것은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로스웰 파크 암 연구소의 ‘그림 상자 프로젝트’ 덕분이다. 1898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암연구소인 이곳에서는 어린이 환자들의 그림으로 크리스마스 카드 등 각종 카드를 만들거나 다양한 색상의 포장지, 스카프, 핸드백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수익은 암 퇴치 기금으로 적립한다.
이 프로그램은 벌써 16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림 카드의 경우 10장 안팎이 든 한 세트에 11달러(약 1만2,000원) 정도이다.
연구소 대외협력 책임자인 메리 기어링씨는 “지금까지 530만 달러(약 55억 원)가 모였고 2008년까지 1,000만 달러(약 103억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림을 그리는 창조적 에너지가 투병에도 큰 힘이 되지요”라고 설명했다.
판매는 주로 암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파티장에서 하거나 인터넷(www.paintboxproject.com)으로 한다. 요즘에는 세계적인 장난감 제조회사 ‘피셔 프라이스’가 크리스마스 특집 카드로 선정해 판매를 대행하기도 한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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