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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피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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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피그미

입력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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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를 맞은 종족들의 공통점은 욕심이 없고 외부에 비적대적이라는 것이다. 에스키모는 손님이 오면 집을 비워주며 부인을 양보했다. 아프리카의 부시맨이나 피그미들은 다른 종족 사람들로부터 부탁 받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자신들보다 덩치 큰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자존심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모든 것을 자연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문명인들이 보기엔 미개한 생활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연회귀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가장 자연 친화적인 삶은 사는 사람들로 비친다.

■ 피그미가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제소수자인권그룹(MRG)이 지난해 콩고민주공화국 내 피그미에 대한 대량학살의 증거를 제출하고 피그미 말살정책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국내 TV에 이들의 참상이 생생히 소개되었다. 무장한 콩고 반군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군세력들은 2002년 콩고민주공화국과의 평화협정으로 ‘아프리카의 1차대전’으로 불리는 5년간의 분쟁을 끝냈지만 세계 최대 금광지역인 콩고 동북부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칠판 지우기’란 작전 명으로 피그미 말살정책을 펴왔다고 한다.

■ 피그미란 인류학적으로 키 150cm 이하의 왜소종족의 총칭이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뉴기니 등에 분포한다. 부시맨이 초원에서 사는데 비해 피그미는 열대우림 속에서 채집ㆍ수렵생활을 한다.

최근엔 농경을 겸하고 있다. 덩치는 작지만 이들은 매우 민첩하고 용감하며 평등과 우애를 중시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사회를 이루고 산다. 성질은 쾌활하고 노래와 춤을 즐기는 낙천가들이다. 식인습관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오히려 피그미의 살을 먹으면 주술적 힘이 생긴다는 등의 미신으로 피해를 입는 쪽이다.

■ 사라져가는 희귀 동식물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습지 보호를 위해 시민단체가 나서고 도롱뇽 보호를 위해 단식투쟁까지 마다 않는다.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전하기 위한 활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아프리카 오지에선 가장 선량하고 약하고 위해(危害)가 전무한, 어찌 보면 가장 보호해야 할 희귀 종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있다.

“비록 숲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동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인간의 권리가 있습니다.” 학살의 공포에 질린 피그미의 절박한 호소가 귀에 쟁쟁하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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