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4시 30분 연세대 제2공학관 B201호. ‘공정 시스템 공학의 응용 알고리즘’을 주제로 석유화학산업 포험이 열렸다.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주제였지만 각종 산업에서 핵심적인 부분인데도 외국 기업에 핵심 기술을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분야에 관한 토론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공정 시스템 공학(Process Systems Engineering)이란 각종 공학과 수학, 첨단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제조ㆍ처리 공정을 최적화하는 분야.
고도의 소프트웨어를 담은 CD 하나로 원료 투입에서부터 중간 처리 및 가공과 최종 제품 관리에 이르기까지 정유ㆍ가스, 석유화학, 화공, 제약, 생명공학 분야는 물론 대형 유통업체의 물류 시스템을 자동화해 주는 첨단 분야이다.
주제 발표를 한 조재현(45) 박사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아스펜 테크놀로지의 소프트웨어 개발책임자(Technical Lead)로 6년째 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적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한다.
“한국은 이 분야에 관한 인식이 아주 약한 편입니다. 주요 기업들은 하나같이 미국과 영국 회사들이 개발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지요. 이 분야만 잘 파고 들어도 기존 제품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거나 각종 공정을 개선해 엄청난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조씨는 연세대 화공과에서 이 대학 총장을 지낸 김우식 교수의 지도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S오일과 삼성반도체에서 공정 분야를 담당했다.
그러다 이 분야를 천착하고자 1993년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한 살짜리 큰애까지 데리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로 유학을 떠났다.
4년 만에 세계적 권위자인 로저 사전트 교수 지도로 박사학위를 땄고, 이후 미 MIT에서 박사 후 과정(포스트 닥)을 하다가 99년 아스펜 테크놀로지에 입사했다.
올 9월까지 매사추세츠 등 미 뉴잉글랜드 6개 주 거주 한인 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모임인 재미과학기술자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조 박사는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재미 학자들이 조국에 기여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세미나 등에 참석한 뒤 12월 3일 출국한다.
글 김이삭기자 hiro@hk.co.kr사진 이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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