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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수능/ '가위 눌린'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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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수능/ '가위 눌린' 수능

입력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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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어느 해보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했던 대규모 수능 부정행위 파문 때문이다.

각 시험장에서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엄격한 통제와 감시가 이어져 가뜩이나 시험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던 수험생들은 ‘무서워진 수능’에 몸을 더욱 움츠려야 했다.

특히 이날 수험생 27명이 휴대폰을 소지한 채 시험을 보다 적발돼 내년 수능까지 응시 자격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처벌 수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1교시가 시작된 직후인 오전 8시40분께 부산정보관광고 10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던 부산 J고 3학년 K(18)군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 적발돼 퇴장처리됐다.

K군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에서 갑자기 벨소리가 울려 시험감독관에게 발각됐다. K군은 휴대폰 알람으로 1교시 시작시각을 맞춰 놓았다가 휴대폰을 갖고 있던 사실을 잊은 채 시험을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경기고에서도 K(19)군이 1교시 답안지 작성을 먼저 끝내고 복도감독관과 함께 화장실에 가던 중 주머니에 꺼진 휴대폰이 들어 있던 사실이 드러나 감독관과 교육청으로부터 부정행위라는 판정을 받은 뒤 귀가했다. 대구 마산 인천 충남 등에서도 휴대폰 적발이 잇따라 퇴실조치된 수험생은 모두 27명에 달했다.

이들은 ‘휴대폰 소지 사실이 적발되면 부정행위로 처리한다’는 새 수능 규정에 따라 최종심사에서 부정행위자로 간주될 경우 올해 수능은 무효처리되고 내년에도 수능 기회가 박탈된다. 그러나 이 같은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부분은 의도된 행위라기보다 긴장한 나머지 저지른 실수라는 것이다. 또 휴대폰을 소지하고도 적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퇴장조치는 휴대폰 단순소지에 대한 처벌로는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어 해당 학생에 대한 구제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구제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악몽을 겪은 광주ㆍ전남지역 등 전국 곳곳에서는 금속탐지기까지 동원, 휴대폰 색출에 나서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내 61개 고교와 6개 입시학원에서 금속탐지기 시연회를 가졌던 광주시교육청은 시험 당일에는 2개 교실에 1개 꼴인 350개의 금속탐지기를 배치했다.

수험생의 부담을 우려해 대대적인 검색은 실시하지 않았지만 시험 도중 화장실에 가려는 학생 등 특이사항이 발생할 경우 금속탐지기 검사를 거쳐야 했다. 서울고에서도 1교시에 한 수험생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나오자 복도감독관이 금속탐지기를 들이대고 수색을 한 뒤 화장실까지 따라갔다.

복도감독관 박모 교사는 “10여년 간 수능 감독을 했지만 이런 것까지 들고 감독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수험생이 무슨 범죄자도 아닌데 착잡하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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