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해지면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혈압이다. 갑자기 차가운 날씨에 노출되면 혈관 벽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고혈압 환자는 물론이고 노인이나 일반인도 혈압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김재형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매년 12월 첫 주를 고혈압 주간으로 선포하고 고혈압에 대한 대국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이 달 28일부터 다음 달 4일, 1주일을 ‘제5회 고혈압 주간’으로 선포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일반적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기존의 대국민 건강 캠페인과는 달리 매년 지역을 순회하며 진행하는 것이 특징.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개최되었고 올해는 광주를 기점으로 캠페인을 진행한다. 12월2~3일에는 광주에서 주간 기념식을 개최한다. 11월28일부터 12월2일까지 전국 17개 주요 대학병원에서 시민강좌를 연다. 문의 (02)569-4434.
겨울이 두려운 고혈압 환자
보통 정상 혈압은 수축기 140/확장기 90㎜Hg 이하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정상 혈압을 유지하던 사람도 온도가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 ㎜Hg 정도 올라가고 확장기 혈압은 0.6 ㎜Hg 정도 높아지게 된다. 결국 기온이 10도만 내려가도 혈압은 13 ㎜Hg나 올라가게 되는 셈이다.
또한 기온이 떨어지면 혈액이 진해지고 지질(脂質) 함량이 높아지며, 혈관수축이 촉진되고 말초동맥이 수축돼 혈관 저항이 높아지는 등 혈압이 상승하면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겨울철 아침이 고혈압 환자에게 위험하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침에는 혈압이 상승하는 데다가 차가운 바깥 날씨를 만나면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들은 겨울철에는 특히 더 생활습관에 주의하고 혈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들이 아직도 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
실제로 올해 대한고혈압학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혈압에 대한 인식 및 행태조사 결과에서도 고혈압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나 대체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정상혈압 수치 및 본인의 혈압 수치를 체크하는 등 적극적 혈압 관리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겨울을 날까
1. 무조건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라
외출시 갑자기 낮은 온도에 노출되지 않도록 번거롭더라도 한 겹 더 챙겨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밤에도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덮는 것보다 얇고 가벼우며 보온성이 좋은 이불을 겹쳐서 덮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기상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잠을 자다가 아침에 깨면 인체의 교감신경이 높아지면서 심신이 이완상태에서 긴장상태로 바뀐다. 또한 우리 몸의 장기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혈압이 함께 올라가고 심장부담도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조심성 없이 갑자기 일어나다가 발작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추운 겨울에는 아침에 잠깐 대문 밖에 신문을 가지러 가거나 아주 잠깐 동안 외출을 할 때에도 덧옷을 충분히 입는 것이 좋다.
2. 금연, 절주, 운동.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라
평소 의식적으로 흡연과 음주를 자제하던 사람도 연말 연시가 되면 생활습관이 나태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에 있어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약물치료 효과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굳이 마셔야 한다면 남성의 경우 소주 2~3잔이나 맥주 1병 정도로 자제한다. 게다가 안주로 먹는 음식들은 염분 함량이 높고 콜레스테롤과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흡연 역시 고혈압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담배 속의 니코틴이 혈압 상승을 유발하고 각종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이 되므로 금연을 생활화하도록 노력한다.
추운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부족해져서 정상체중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에게 비만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아침보다는 하루 중 되도록 기온이 높은 오후나 초저녁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고 응급상황에 대비해 주변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운 날에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체조나 운동을 하도록 하고 특수한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3. 혈압 수치에 관심을 가지라
혈압은 각종 심장질환 및 뇌졸중, 중풍과 같은 혈관질환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이므로 굳이 고혈압 환자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혈압은 언제 어떤 상태에서 측정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집이나 병원 등에서 수은 혈압계나 디지털 혈압계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여러 번 측정한 수÷?평균을 내야 한다.
또 혈압을 측정하기 30분 전에는 흡연이나 커피 등을 삼가고 안정을 취한 뒤 팔을 심장 높이에 맞춰 측정해야 정확한 결과치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측정 후 혈압이 평소보다 높거나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되도록 외출을 피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한다. 특히 중장년 이상의 노인이나 고혈압과 함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등 다른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고혈압 환자 겨울나기 10계명
(대한고혈압학회 제정)
1. 혈압은 반드시 140/90 ㎜Hg 미만을 유지하도록 한다.
2. 외출시 옷을 충분히 갖춰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3. 혈압이 정상보다 높을 때에는 외출을 삼간다.
4. 찬 바람에 노출될 수 있는 새벽운동이나 등산을 삼간다.
5. 추위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 비만이 생기는 것에 주의한다.
6. 금연하고 절주한다.
7. 너무 깊지 않은 욕조에서 미지근한 물로 목욕한다.
8. 아침에 기상할 때 급하게 일어나지 말고 천천히 일어난다.
9. 잠깐 밖에 나갈 때에도 덧옷을 충분히 입는다.
10.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의사 진찰을 받는다.
● 잘못 아는 상식 혈압만 더 올린다
1. 목이 뻣뻣하면, 혹시 고혈압?
'뒷골이 당긴다'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목이 뻣뻣해지면 고혈압 전조증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목이 뻣뻣한 것은 고혈압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거나 고혈압이 심할 때 목이 뻣뻣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2. 죽염이 고혈압에 좋다?
죽염이 고혈압 등 만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죽염과 일반 소금이 과학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특히 소금은 고혈압을 유발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소금 속 나트륨이 혈관으로 물을 많이 끌어들여 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는 소금 섭취량을 하루 6g 이내로 줄이고 국 종류를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6g은 짠 맛에 길들여진 혀가 견딜 수 있는 최소의 소금량이다.
3. 약으로 혈압이 조절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체중을 줄이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저염식을 통해 혈압이 내려가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다. 단, 약을 먹고 혈압이 잘 조절되어도 약물을 끊으면 다시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약을 먹을 때에는 전문의와 상담하지 않고 임의로 건너뛰거나 반 알로 쪼개어 먹어서도 안 된다. 정해진 용량을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맞춰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4.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120/80㎜Hg 아래로 떨어지면 안 된다?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 수치인 140/90㎜Hg 미만은 치료시 최소한의 목표치일 뿐이다. 따라서 120/80㎜Hg 아래로 떨어져도 다른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혈압이 낮아진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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