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다만 세계 패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홍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해요.”
서울컬렉션 참관을 위해 한국을 찾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명 패션 유통업체 베인즈패션사의 상품 기획(머천다이징) 디렉터 압둘 아만 이스마엘 라헤르는 한국 패션의 강점으로 창의성을 첫 손에 꼽았다.
서울 패션디자인 센터의 초청으로 방한, 컬렉션 개막일인 16일부터 빠짐없이 디자이너들의 쇼를 지켜본 그는 “남아공에서 유포된, ‘한국 상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은 크게 잘못됐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춘무는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창의성은 돋보였고 양성숙은 한국적이고 독창적인 멋이 느껴졌으며, 강기옥 이상봉 박윤수는 발빠른 트렌드 감각과 세련된 디자인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뛰어난 창의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패션이 해외 시장서 팔리지 않는 이유로는 ‘미약한 가격 경쟁력과 홍보 부족’을 우선 들었다. 컬렉션 기간 중 5~6명의 디자이너와 수주 상담을 벌이고 강기옥과는 데님 의류 직수입 계약을 맺는 등 제품 수주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브랜드) 이름값에 비해 턱없이 가격이 높아요.” 아무리 비슷한 품질이라고 해도 지명도가 현격히 떨어지는데 아르마니나 베르사체 수준의 가격을 책정해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높은 가격을 받기를 원한다면 그만큼 지명도를 높여야 합니다. 아르마니나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 등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이름값을 올리기 위해 광고와 홍보 활동에 들이는 돈은 엄청나지요. 그런 활동에 제품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세계화된 브랜드가 될 수 있으니까요.”
베인즈패션사는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5개의 하이패션 멀티숍, 에스카다 플래그십 스토어, 투자 자문 회사와 부동산 회사 등을 거느린 패션 유통 회사다.
이성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