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정부 비판 여론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외국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자국 내 모든 NGO의 등록을 의무화해 러시아에 지부를 두고 있는 포드재단, 그린피스, 국제 엠네스티 등 세계적인 외국 NGO의 활동을 사실상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23일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45만개 NGO들은 법안 통과 후 1년 내에 법무부에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압도적 표 차이로 승인했다. 이 법안이 최종 통과 되려면 두마의 2, 3차 독회와 연방회의(상원)의 승인을 추가로 받아야 하지만 외신들은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 법안에 따르면 그린피스 등 외국 NGO들은 러시아 내 사무실 간판을 내리고 국제적 단체가 아닌 순수하게 러시아에 속한 NGO로서 재등록을 해야 한다. 또 국내 NGO들은 외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없으며, 외국인들을 고용할 수 없도록 제한해 외국 NGO의 활동여지를 사실상 원천 봉쇄했다.
외국 NGO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적 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3일 “NGO는 러시아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목소리였다”며 비난했다. 러시아 내 1,300개 NGO들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시민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러시아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주 열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분 했을 때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이 같은 강경조치는 구(舊) 소련권의 시민혁명 확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러시아는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의 시민혁명을 지원한 외국 NGO들의 자금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S) 국장은 지난 5월 “미국의 평화봉사단(Peace Corps) 등이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다”며 외국 NGO들을 맹비난했다. 푸틴 대통령도 외국 NGO들이 정치적 활동에 너무 개입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바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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