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충남 연기ㆍ공주의 행정중심도시 건설특별법이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행정중심도시는 신행정수도
와 달리 수도 이전이나 분할로 볼 수 없어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유다. 헌재가 지난해 신행정수도 위헌결정으로 수도 이전을 둘러 싼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수습하는 지침을 제시한 데 이어 법리와 순리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
물론 청와대와 6개 정부부처는 서울에, 국무총리와 16개 부처는 행정도시에 두는 것은 수도 분할이라고 반대한 쪽에서는 선뜻 승복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위헌 결정에 정부 여당까지 함부로 헌재를 비난한 행태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아무리 큰 명분과 이해가 걸렸더라도, 민주헌법질서를 지키는 헌재의 권능과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소모적 논쟁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건국 이래 최대 규모 정부 이전에 따를 구체적 문제점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14년까지 49개 정부기관을 옮기고 177개 공공기관을 전국에 나눠 이전하는 국가적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문제는 위헌 논란이 해소됐다고 해서 행정도시 건설목적으로 내건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를 전혀 낙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이미 수도권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 공장 총량제 완화, 그린벨트 조기해제 등 선심성 정책을 여럿 내놓아 과밀해소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 정부와 공공기관 분산이 국정 효율과 국가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공연한 게 아니다.
이렇게 보면, 정치적 이해에 치우쳐 신행정수도 및 행정도시 특별법을 차례로 타협했다고 비난 받은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 장래를 가를만한 무거운 책무를 짊어졌다. 국가예산만 8조5,000억원이 드는 행정도시 건설이 진정한 균형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정치적 이해보다 국가 장래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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