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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18) 감기 항생제 처방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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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18) 감기 항생제 처방 소용없다

입력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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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건조해지고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는 분이 늘어납니다. 감기는 코와 목 같은 상부 호흡기의 감염을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종류가 많습니다.

다만 구별해야 할 것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생기는 독감입니다. 독한 감기라고 해서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훨씬 심한 증상과 합병증, 또 전염성으로 보통 감기와는 구별됩니다.

보통 감기의 증상은 콧물이 흐르고 목이 따갑고 재채기와 가벼운 열이 있습니다. 때로는 두통과 목이 쉬고 온 몸이 쑤시는 몸살 증세와 기침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감기의 합병증이라면 흔히 축농증이라고 알려진 부비동염과 중이염입니다. 이런 합병증은 아이들의 경우에 더 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 청구 건수를 보면 감기와 관련된 병이 가장 많습니다. 그만큼 감기 때문에 병원을 많이 찾는다는 사실이죠. 그런데 사실 감기에는 알다시피 완치법이 없습니다.

병원에 와서 ‘감기 좀 빨리 낫게 해 달라’, ‘약을 먹는데 왜 이렇게 낫지 않느냐?’ 하고 조르는 환자 분이 많은데, 혹시라도 합병증이 생긴 경우가 아니라면 의사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는 건수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볼 때 아마 이 세상에 감기가 없어진다면 의사들의 수입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감기에 걸리면 다행스럽게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항체를 만들어 내서 감기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게 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날이 걸리는 것이지요. 항체가 생겨서 바이러스를 퇴치할 때 까지 그 동안 몸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하십니까? 사실 감기만큼 흔한 질환이 없으니까 제각각 감기에 대처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을 것이니 한 번 비교해 보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입니다. 사실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하는 분들이 병원을 찾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이 치료법이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만, 몸을 쓸수록 면역체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충분히 자고 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 혹은 아스피린 같은 약을 복용해서 열도 떨어뜨리고 진통효과를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코가 막혀서 힘든 분은 끓는 물의 김을 코로 들여 마시세요.

이 때 머리 위로 수건을 덮어쓰면 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기침은 우리 몸의 방어 작용임으로 나쁠 것이 없습니다만 기침 자체가 거북하고 힘들면 기침 억제제를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꼭 의사 진찰이 필요한 경우는 귀가 아프다든지, 가래나 코가 고름같이 보일 때, 가슴이 아프고 숨쉬기가 힘들 때, 다른 증세 없이 목만 심하게 아플 때 등 입니다.

감기는 며칠 만에 낫기도 하지만 열흘 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환자 분 중에는 빨리 낫기 원해서 항생제를 요구하는 분이 있습니다. 의사들도 세균감염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항생제 처방은 이차적으로 세균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감기에는 소용이 없지요. 그런데도 아직 단순 감기에 항생제 처방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좀 심하긴 합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현상으로 감기에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항생제의 효과를 잘 못 알고 처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의사들은 잘 낫지 않으면 근거 없이 2차 세균감염을 걱정하기도 하고, 환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데다가 다른 의사와의 경쟁 등으로 항생제가 흔히 처방됩니다. 감기에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는 사실, 이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기가 너무 자주 걸린다든지 한번 걸리면 오래 간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꼭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감기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와 공기 중에 떠도는 감기 바이러스가 숨쉬면서 들어오든지 손을 통해 묻어 들어올 가능성은 아주 흔하게 일어납니다.

이때 우리 몸의 면역이 이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할 경우에 감기 증세가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 그리고 자주 손을 씻는 것이 감기를 예방하는 4대 수칙입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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