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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새내기 부부들 집단토론 - 불만·갈등 솔직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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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새내기 부부들 집단토론 - 불만·갈등 솔직 토크

입력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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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5+5=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칠판에 적혀 있는 수식이다. 유치원생도 아는 거잖아? 천만에. 아는 척하다 큰코 다칠라.

2+2=4? ‘네가 2해하고 내가 2해하면 4랑이 된다’는 뜻. 내신 1등급 부부다. 5+5=10? 네가 5해하고 내가 5해하면 땡(ten)이 된다는 의미다. 과연 꿈보다 해몽이다.

결혼 5년차 미만 커플 5쌍의 집단 토론을 이끌고 있는 이서원 사회 복지학 박사의 말을 좀 더 엿들어 보자. “사랑이 뭐라고요? 네가 나한테 묻고 내가 너한테 답하는 것. 대화가 부부 문화의 꽃이라고 했지요?”

지난 시간 내용을 복습 하는 모양이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0월 26일 법률구조법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가 개설한 ‘결혼 초반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다. 서울시 위기 가정 SOS 상담 전화의 사업이기도 한 이 상담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하루 2시간씩 펼쳐져 오고 있다.

“나를 칭찬해준적 있나요” “몇달 전에 예쁘다고 말한 것 같은데”

사랑이 뭐냐구요? 그건 네가 내게 묻고 내가 네게 답하는 대화입니다.

못다한 응어리진 얘기 이제 토해보세요. 부부사랑의 쌓인 체증이 쑥~ 내려갈 겁니다.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 사례를 참석자들이 털어 놓으면 이씨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식이다. 매주마다 바뀌는 프로그램의 16일 토론 제목은 ‘그래 바로 그거야’.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솔직히 말해보자는 것이었다.

토론에 들어 가기 전, 현재 부부 상태에 대한 치밀한 점검이 이루어졌다. ▦당신이 최근 나에게 해준 칭찬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다. ▦나는 연령을 감안할 때 우리의 성생활이 ○○○다. 이것은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나는 당신이 ○○○할 때 외롭고 쓸쓸해서 방황한 적이 있다.

▦나는 ○○○때 당신과 이야기가 너무 안 통한다고 느낀다. ▦내가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당신에게 인정 받지 못 한 경우는 ○○○였다. 그 때 내 마음은 ○○○했다. ▦우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대화할 때,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한 가지는○○○이다.

이와 같은 22개의 항목을 부부가 함께 체크하고 알맞은 단어로 문장을 만든 뒤, 그를 토대로 대화를 끌어낸다.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부부가 직접 참여하는, 대화 형식이다. “당신이 나한테 해 준 칭찬? 없었던 것 같은데.”, “야, 없다니. 몇 달 전에 너 새 옷 입었을 때 예쁘다고 말해 줬잖아.” 30분간 문항 체크를 하면서도 티격 태격 사랑싸움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문제를 끄집어내는 순서.

“자, 이쪽 커플 여자 분은 남편에 대한 불만이 무엇인가요?”- “마음 속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예요. 직접 말 안 해도 자기 마음 다 알지 않냐는 식이지요. 그런데 저는 정말 모르거든요. 아마 남편이 장남이라서 양보하고 참는 습관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저는 답답할 때가 많아요. 무슨 얘기든 속시원히 해 줬으면 좋겠어요.”김지영(가명ㆍ30대)씨가 평소의 불만을 터뜨렸다.

“저는 남편의 극단적인 발언 때문에 화가 날 때가 많아요. 오늘 아침에도 그 문제로 싸웠어요.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오늘 같이 계획했던 일정을 좀 바꾸자고 했더니 남편이 화가 난 겁니다.

기대를 많이 했던 모양이에요. 그럼 하기로 했던 일 전부 다 하지 말자며 고집을 부리고 극단적으로 나오지 않겠어요?” 이번에는 결혼 3개월차 이선진(가명ㆍ30대)씨의 말이다. 아내들의 불만은 계속 쏟아져 나왔다. 남편이라고 불만이 없겠는가. 그들도 마찬가지.

“아내가 상냥했으면 좋겠어요. 같은 말을 해도 부드럽게 말하는 것과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잖아요.”

퉁명스러운 아내, 자기 중심적인 아내 등 참석자들은 각자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솔직히 토해냈다. 몇 가지 실험도 있었다. 얼굴 그림을 5초간만 보여 주고 똑 같이 그려 보라고 했더니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쓰지도 않은 안경을 그려 넣었고 어떤 사람은 코가 빠져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 유추해 낸 결론이 뭘까? ‘사람들은 대개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

이서원씨는 “부부들이 털어놓은 불만을 케이스별로 공개 상담 하는데, 각쌍의 부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상대를 나와 같게 만들려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결혼은 결국 혼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가정법률상담소의 박현정 사회 복지사는 “부부 관련 프로그램은 부부가 함께 참석할 때 변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에게는 예방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치러진 집단 토론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23일 ‘여보 고마워’라는 주제로 끝을 맺었다. 이 밖에 한국가정법률 상담소는 부부 갈등, 이혼, 결혼 생활 점검 등 부부를 주제로 한 무료 워크샵도 요일별로 실시하고 있다.

평일 늦은 밤, 서로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부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토론장을 찾는다. 그러나 솔직한 이야기의 끝, 그들에게는 ‘새로워진 사랑’의 싹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02)782-3601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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