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사실상 폐차 수준인 교통사고 자동차를 다시 중고차처럼 팔아치우는 바람에 이 차량의 차대번호를 이용한 자동차 절도가 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전국 23개 경찰서와 함께 자동차 도난보험금 지급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328대(82억원 상당)를 훔친 전문절도단 110여명이 적발됐다. 회수된 차량은 106대(27억원 상당)에 불과하다.
전문절도단은 심한 교통사고로 차량 소유권이 보험사에 넘어간 뒤 5만~50만원에 헐값 매각되는 차량 잔존물(부품 등)을 사들여 차대번호를 확보했다. 이어 같은 종류의 차량을 훔쳐 차대번호를 사고차량의 것으로 위조한 뒤 시중에 불법 유통하거나 밀수출하는 수법을 썼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사실상 폐차 수준의 사고차량을 차적이 살아 있는 상태로 팔아버리는 바람에 이 같은 수법이 가능했다는 점을 중시, 폐차기준에 해당하면 보험사 스스로 등록말소를 하도록 지도를 강화키로 했다. ‘중고차 사고이력 정보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사고차량을 등록말소하지 않고 헐값에라도 팔아치우는 잘못된 관행 때문에 매년 거액의 도난 보험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도난 사고는 2004회계년도(2004년 4월1일~2005년 3월31일)에만 2,342건이 발생해 보험금 252억원이 지급됐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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