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TV’. 이동 단말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고음질, 고화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12월1일 본 방송을 시작하는 지상파 DMB에는 당분간 이런 별칭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동통신사들과의 협상이 난항에 빠져 핵심인 휴대폰 겸용 단말기 보급이 어려워졌기 때문. 게다가 지하구간 이용은 내년 상반기 중에야 가능해 ‘반쪽 서비스’로 출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쪽 서비스' 불안한 출발
KBS, MBC, SBS, YTN-DMB, 한국DMB, KMMB 등 수도권 지상파 DMB 6개 사업자는 12월1일 오후 4시 KBS 공개홀에서 본 방송 개시를 알리는 성대한 개국 행사를 연다. 지상파 DMB는 5월 본 방송을 시작한 TU미디어의 위성 DMB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무료 서비스라는 강점을 내세워 단시간 내 ‘역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본 방송 1주일을 앞둔 23일까지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상파 DMB폰 보급을 거부한 이동통신 3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쌍방향 부가서비스는 유료화가 가능하지만 기본요금으로 할지, 소비자 선택에 맡길 지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엄민형 KBS DMB추진팀장은 “SK텔레콤은 늦어도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가능한 내년 3월 말쯤, KTF는 한 달쯤 앞선 2월 중 단말기 보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LG텔레콤은 협상이 잘되면 연내 보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각종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당장 이용가능한 단말기는 차량형과 노트북ㆍPC 장착형 정도. 엄 팀장은 “노트북 장착형이 특히 인기가 높아 월 1만대 이상 팔리고 있고 차량형도 내년 30만~50만대 가량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며 “mp3 기능 등을 탑재한 PMP, 디지털카메라 복합형, 와이브로 기능을 결합한 PDA 등 융합형 휴대 기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지역이 수도권에 국한돼 이 지역만 벗어나면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방송위원회는 내년 중 권역별로 지역 지상파 DMB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DMB의 주된 이용 공간인 지하철의 경우 5~8호선은 내년 1월, 1~4호선은 내년 6월에야 망 구축이 완료돼 본 방송 시작 후에도 상당기간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콘텐츠도 아직은 시험 중
지상파 DMB의 채널은 6개 사업자를 모두 합쳐 TV 7개, 라디오 13개, 데이터 8개. 그러나 한국DMB는 내년 2월에나 본 방송이 가능하고 KMMB의 경우 장비구입이 늦어져 서비스 시기가 유동적이다. 따라서 12월1일부터 이용 가능한 채널은 TV 4개, 라디오 11개, 데이터 6개다.
방송사들은 DMB 특성을 살린 10~30분 분량의 짧은 실험적 프로그램을 제작, 이동이 잦은 낮 시간대에 집중 편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재송신 위주이고, DMB용 프로그램도 상당수는 기존 지상파 방송을 재편집한 것이어서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독일 월드컵 특수 기대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지상파 DMB 단말기 보급을 최소 350만대, 최대 500만대로 추산한다. 최대치로 잡더라도 이중 300만~450만대는 휴대폰 겸용 단말기가 차지한다. 결국 휴대폰 단말기 보급 여부에 사업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이와 함께 ‘언제, 어디서나’라는 DMB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전국 서비스 시기도 중요한 변수다.
방송사들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열기에 비춰볼 때 독일 월드컵을 전후해 DMB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열쇠를 쥔 이통사들도 쌍방형 부가 서비스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월드컵 특수’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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