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발주사로부터 반도체를 주문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은 90나노미터(10억분의 1㎙)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기반으로 고급 반도체칩을 생산해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전략사업이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은 23일 삼성전자를 휴대폰 모뎀칩 및 무선기술 관련 공급 파트너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로 삼성전자는 퀄컴에 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및 웨이퍼 가공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양 사는 삼성전자의 90나노 및 90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통한 최신 시스템온칩(SOC) 제품 생산에도 협력키로 했다.
퀄컴이 삼성전자에 CDMA 모뎀칩 생산을 맡기는 것은 1개당 30달러 안팎인 모뎀 칩을 필요로 하는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한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CDMA 휴대폰은 올해 세계시장 규모가 1억5,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ㆍLG전자, 팬택앤큐리텔 등 한국업체들은 이중 7,000만대 이상을 생산할 전망이다.
퀄컴이 대만 TSMC와 UMC사 등에 위탁 생산하는 모뎀칩 물량은 연간 3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퀄컴 CDMA테크놀로지즈의 산제이 자 사장은 “퀄컴은 선도적인 무선 칩셋 공급업체로 우수한 성능과 기능을 갖춘 칩셋을 시장에 공급하고 시장의 빠른 성장에 발맞춰 증가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과의 파운드리 계약은 추가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고 CDMA와 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시장의 성장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확충하려는 퀄컴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사업부 권오현 사장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삼성과 퀄컴은 이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전략적 관계로 발전했다”며 “선도기술에 대한 비전과 첨단 300㎜ 웨이퍼 생산능력 기술을 보유한 삼성의 전략적 파운드리 사업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퀄컴과의 파운드리 파트너십 체결로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종합반도체 회사로 도약하려는 중장기전략의 중요한 기반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외에 2007년까지 CMOS이미지센서(CIS), 칩카드 IC, 미디어플레이어 SOC, 모바일용 중앙처리장치(CPU) 등 5개 제품을 세계 1위로 육성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퀄컴 외에도 PC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휴대폰 등에 쓰이는 그래픽 반도체를 설계하는 엔비디아와 ATI 등과도 파운드리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간에 비메모리 부문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위 20%의 기술력을 갖춘 하이엔드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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