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지 쌀시장 개방(관세화)을 추가 유예하되 그때까지 의무수입물량을 지난해 기준(국내 소비량의 4%)보다 2배로 늘리는 내용의 ‘쌀 협상 비준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됐다.
민주노동당과 여야 농촌의원들이 한때 실력저지에 나서는 등 진통이 적지않았지만, 지난달 말 비준안이 해당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처리될 때 질서유지권까지 발동된 점에 비춰볼 때 큰 불상사 없이 통과된 것이 우선 다행스럽다.
올해부터 폐지된 추곡수매제의 영향으로 산지 쌀값이 폭락하는 등 날로 피폐해지는 농촌현실과 농민들의 한숨섞인 울분을 생각하면 어느 누구도 선뜻 비준안에 찬성하기 힘들다.
쌀이 갖는 국민정서적 의미나 식량안보 등의 의미를 들이대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사정은 이번 비준안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눈을 부라리는 이해 당사국이 있는 협상에서 ‘쌀개방 유예’라는 우리의 입장을 지켜내려면 의무수입물량 확대나 밥쌀용 시판 등의 양보는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정치권이 엄청난 부담을 무릅쓰면서 비준안 처리를 강행한 것도 이런 맥락을 따져본 결과로 판단된다.
반면 비준안을 반대한 정당이나 의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비준안 처리를 마냥 미루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성이나 성과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것은 알지만, 암담한 농촌현실을 죽음 혹은 과격시위로 고발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대책이 더 있어야 한다는 충정이 그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비준안 처리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다. 이를 위해 정부는 쌀소득보전직불제, 공공비축량 확대, 영농자금 이자감면 및 상환유예 등 단기 대책과 함께 향후 10년간 119조원을 들여 농업경쟁력과 농촌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60조원 이상의 돈을 농촌에 쏟아 붓고도 농민들의 삶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야말로 임기응변식의 처방은 그만두고, 정부-정치권-농민단체가 머리를 맞대 내실있고 지속가능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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