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3,000억원에 이르는 땅을 놓고 친일파 송병준의 유족과 애국지사 민영환의 후손들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국가 소유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이혁우 부장판사)는 23일 친일파 송병준의 증손자 송모(60)씨 등 후손 7명이 인천 부평구 미군부대 캠프마켓 일대 땅 13만여 평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원인무효로 인한 소유권등기 말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또 이 소송에 독립당사자로 참가해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한 애국지사 민영환의 후손 민모씨 등 8명의 청구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송씨 등은 1996년 Y교육재단 등을 내세워 토지 가운데 일부에 대해 같은 소송을 냈다가 패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이전 판결에 배치되는 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원고 패소 판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토지가 일제 시대 송병준 소유이었음은 사실로 인정된다”면서 “하지만 토지대장과 임야대장 등에 이후 부동산이 강모, 동모씨를 거쳐 국가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사실이 기재돼 있으므로 현재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송씨 등은 토지대장과 임야대장이 위조됐거나 사후에 허위로 작성됐다고 주장하지만 마땅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송병준이 민영환 소유였던 토지를 민영환이 자결한 뒤 유족들을 회유ㆍ협박해 강탈했다는 민모씨 등의 주장에 대해 “해당 부동산은 1916~1919년 송병준 명의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민씨 등이 주장하는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민씨 등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송병준, 이완용, 이재극, 이근호 등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토지 소유권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은 총 24건으로 17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됐고 나머지는 소송 진행 중이다. 확정된 사건 가운데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 패소한 사건은 8건이고 승소는 5건, 취하된 사건은 4건이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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