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옛날얘기 중에 ‘호랑이와 곶감’ 얘기가 있다. 바깥에 호랑이가 왔다고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옛다, 곶감이다’ 하니 바로 울음을 그치는 걸 보고, 호랑이가 이 집엔 나보다 더 무서운 것도 있구나, 하고 도망쳤다.
어린 시절 시골에는 마땅한 군것질 거리가 없었다. 여름과 가을엔 그 철의 과일이 있지만 겨울철엔 마땅하게 입에 넣을 것이 없었다. 그럴 때 우리가 어른들 몰래 쏙쏙 빼 먹던 것이 바로 곶감이다. 손질해놓은 곶감을 먹으면 안 되고, 줄에 매달린 채 꾸덕꾸덕 굳어가며 손질을 기다리는 곶감을 어른들 몰래 빼먹는 것이다.
곶감은 손질하기 좋을 만큼 잘 말랐을 때보다 줄 위에서 적당하게 말랐을 때가 더 맛이 있다. 한 달쯤 전 시골집에서 보내준 감을 깎아 베란다에 매달아놓았더니 아이가 틈틈이 손을 대기 시작해 절반 이상을 없애 버렸다. 감을 깎아 달 때 여기저기 전화를 해 나중에 곶감을 나누어주겠다는 말도 했는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예전에 우리가 곶감에 손을 대면 어른들은 우리집에 ‘인쥐’가 있다고 말했다. 그 쥐는 키가 매우 커서 처마 높이 매달아놓은 줄에까지 손을 댄다.
소설가 이순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