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22일 ‘PD수첩’이 방송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MBC 때리기’로 확산되자 몹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성기노출, 상주압사사고 등 잇따른 사건ㆍ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당한 상황에서 이번 사안이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MBC에는 이날 내내 ‘방송중단’을 촉구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방송 이후에도 밤 늦게까지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MBC 관계자는 “취재 결과 드러난 사실을 덮는 것은 언론의 자세가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파장을 각오했지만 예상보다 비난 여론이 거세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PD수첩’도 비난 여론을 의식, 이날 방송 초반에 고심을 거듭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진행자인 최승호 책임PD는 “황 교수가 무슨 말을 하든 온 나라가 믿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재결과 공개를 놓고) 고민에 빠졌으나 한국 생명과학계의 미래를 위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실의 규명을 위해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면서 “프로그램을 마지막까지 지켜봐달라. 평가는 시청자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진실을 가리고, 생명을 다루는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연구결과가 아무리 훌륭해도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좋지 않다” “욕은 들었지만 용기 있는 행동이다” 등 ‘PD수첩’의 보도를 옹호하는 글도 올랐다. 그러나 대부분은 “취재 방향을 정해놓고 인터뷰 내용도 의도에 맞게 짜깁기했다”는 등의 비판과 ‘쓰레기 방송’ ‘방송국 문 닫아라’는 식의 비난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한편 제작진은 ‘PD수첩’의 취재가 섀튼 박사의 결별 선언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는 일부 보도에 강하게 반발했다. 최 PD는 “섀튼 박사가 10월 방한했을 때 20분 가량 만나 황 교수팀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 등을 취재했으나 난자 문제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면서 “근거 없는 음해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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