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방송국을 폭파할 계획을 세웠다는 영국 일간 데일리 미러의 보도에 대해 당사자인 알 자지라 방송은 물론 아랍권 언론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알 자지라는 22일 성명을 통해 “결론을 내리기 전에 보도의 진위를 먼저 알아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보도가 사실이라면 전 세계 언론기관에게 충격적이고 우려스런 일”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아랍계 신문 ‘알 쿠즈 알 아라비’의 아브드 알 바리 아크완 편집국장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옹호한다는 나라가 언론사 폭격을 계획했다는 것은 최악의 대 언론테러”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니콜 월리스 백악관 통신국장은 “정상 간 사적 대화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그런 종류의 주장은 공상”이라고 반박했다.
두 정상이 회담했던 당시는 미군이 이라크 팔루자에서 대대적인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알 자지라가 반미저항을 부추기고 있다”며 노골적 불만을 표출했었다.
데일리 미러는 지난해 4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부시 대통령의 대화를 담은 5쪽 자리 극비문서를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알 자지라 폭격 계획을 밝혔으나 블레어 총리가 언론사에 대한 폭격은 세계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간곡히 만류하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보도가 나가자 영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부시가 농담으로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다른 관계자는 “부시는 의문의 여지없이 카타르 및 다른 지역의 알 자지라 방송국 폭격을 원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알 자지라 본사는 걸프만의 친미국가이자 이라크전 당시 야전사령부가 설치됐던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있다.
신문은 부시의 이런 계획에 비춰볼 때 그간 알 자지라에 대한 미군의 폭격이 미국 정부의 주장대로 우연 또는 실수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알 자지라 지국에 미군의 스마트 폭탄 2발이 투하됐고, 2002년 11월 역시 카불 지국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2003년 4월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바그다드 지국 기자가 목숨을 잃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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