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예금회전율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금지급액을 예금평잔액으로 나눈 수치인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돈을 은행에 묻어두고만 있을 뿐 인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자금이 원활하게 유통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예금 가운데 기업이나 개인이 자금을 잠시 예치해 두는 수단인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올해 3ㆍ4분기 21.0회로 1990년 1ㆍ4분기(19.2회)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67.0회에 달했으나 2000년 48.2회, 2001년 39.0회, 2002년 35.0회, 2003년 31.9회, 2004년 25.5회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요구불예금 가운데 보통예금은 99년 42.8회를 정점으로 지난해엔 17.7회까지 떨어졌으며, 올 들어서도 3ㆍ4분기 14.3회로 92년 3ㆍ4분기(13.1회) 이후 최저치였다. 이처럼 저조한 예금회전율은 기업의 결제수단이 전자어음 등으로 다양화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주체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시중자금이 방향을 잡지 못한 이유도 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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