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저런 여자하고 놀아나다니” “글쎄 말이야. 나도 저 정도일 줄은 몰랐어” 뭇 마나님들의 입 방아를 뒤로 한 채 고급 레스토랑을 태연히 떠나는 얼린(헬렌 헌트) 부인. 상류층 남자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고, 그 돈으로 치장을 해 다른 남자에게 접근하기를 반복하는 그녀는 고급 콜걸처럼 보인다.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는 뉴욕을 떠나 이탈리아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태연스레 잡지에 실린 청년 사업가를 목표물로 정하는 모습에서 얼린 부인이 질 낮은 여자라는 심증은 굳어진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를 필름에 담은 ‘굿 우먼’은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아들 뻘 되는 남자에게 접근해 잠자리를 유도하고 스스럼 없이 돈을 받아 챙기는 여자를 ‘좋은 여자’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 인생은 무의미해진다”거나 “결혼은 창문 없는 방과 같다. 점점 작아져서 뛰쳐나올 수 밖에 없다”는 대사를 통해 얼린 부인이 1930년대의 도덕관념을 뛰어넘은 ‘자유 부인’이라고 말한다.
외려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요사스러운 여자라고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상류층의 허위의식에 더 문제가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들은 고고한 척 점잔을 빼지만 ‘배꼽 아래 일상’을 들여다보면 얼린 부인의 자유분방한 행각이 더 도덕적이고 당당하다는 것이다.
헬렌 헌트의 농익은 연기와 스칼렛 요한슨의 청초한 모습이 빛을 발하는 작품. 성과 도덕을 둘러싼 가볍지 않은 소재와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내지만, 사위와 놀아나면서도 딸 메그(스칼렛 요한슨)에게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얼린 부인의 행태는 국내 관객의 공감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마이크 바커 감독. 12월1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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