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주권정부 출범을 앞둔 이라크 정국이 혼미해지고 있다. 저항세력은 내달 15일 총선을 겨냥한 잇단 테러로 이라크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 이해 관계가 다른 각 종파 세력은 다국적군 철수에는 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에 맞춰 미국 영국까지 철군 시간표를 흘리면서 ‘이라크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길 기미다.
이라크는 내달 15일 새 헌법에 따른 총선을 치른 뒤 연말까지 주권 정부를 출범시키게 된다. 주권정부 출범 시 이라크 스스로 국방ㆍ치안을 책임지게 돼 있어 벌써부터 다국적군 철수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시아파ㆍ수니파와ㆍ쿠르드족 등 이라크 지도자 100여명은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모임을 갖고 다국적군의 철군 시간표를 요구했다. 바이안 자브르 내무장관도 “이라크군 재건이 완료되는 내년 말까지 다국적군이 철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기 철군을 반대해온 미 정부도 부분 철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미 국방부가 현재 18개 전투 여단을 포함한 주둔군 15만 명 중 내년 초까지 3개 여단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라크 정국 안정을 전제로 내년 말까지 주둔군 5만 명을 철수하는 일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주둔군을 현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군이 철군을 공식화할 경우 30여 파병국의 철군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21개국이 철수 또는 철수 계획을 공개하거나 시사했다. 이탈리아 호주는 물론 영국 일본까지 철군 계획을 발표하거나 시사하면서 내년에 남을 다국적군은 미군을 제외하면 수 천명 수준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철군론의 부상은 이라크군의 치안능력 향상으로 외국군 주둔 필요성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그러나
정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이라크군이 다국적군이 떠난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소외된 수니파 저항세력은 총선을 겨냥, 테러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22일에는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국 3명을 포함, 2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 16일 이래 크고 작은 약 10건의 자폭 테러로 160여명이 사망하고, 미군 희생자도 지난달 22일 2,000명을 넘어선 지 한 달도 안돼 2,100여명으로 늘어났다.
총선 이후 이라크가 연방제로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 과도 정부의 최대 정파인 시아파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은 “중부와 남부는 총선 이후 자치권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국민투표로 통과된 새 헌법은 바드다드를 제외한 18개 주의 자치권 추진을 허용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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