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에 좋은 것은 미 경제에도 좋은 것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영광을 이끌었던 GM에 대해 미국인들이 가졌던 생각이다. 그래서 GM이 21일(현지시간) 향후 3년간 3만명을 감원하고 12개 공장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미국인이 받은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두고 “가장 좋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후했던 직장이 과거지사가 돼 버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다 구체적으로 “풍족한 임금, 건강수당, 연금 등 ‘보통 미국 사람들’이 누리던 혜택이 GM과 함께 이제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얄궂게도 GM을 퇴조의 길로 내몬 것은 바로 미 직장인들이 선망해온 GM의 건강수당, 연금 혜택이었다. GM이 부담해야 할 건강수당 출연금은 올해 56억 달러로 치솟았는데 이는 4년 전보다 무려 40억 달러가 늘어난 액수다.
퇴직자까지 포함, GM 건강수당의 혜택을 보는 미국인은 줄잡아 110만 명이나 된다. GM은 이미 파산신청을 한 자동차 부품회사 델피의 직원을 위해서도 앞으로 120억 달러를 책임져야 한다. 델피가 GM에서 떨어져 나갈 때 그렇게 하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11일 자동차산별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회사가 내야 할 건강수당 출연금을 매년 10억 달러 이상 줄이기로 했지만 이러한 처방도 GM의 대규모 감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으로는 재정이 고갈돼 가고 밖으로는 도요다, 현대 등 아시아 자동차의 공세에 시달리는 내우외환 속에서 GM은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로이터 통신은 “복지혜택을 축소, 위기를 탈출하려는 이른바 ‘GM 효과’는 미 경제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이는 갈수록 ‘풍족한 복지’를 그리워하게 될 미 직장인들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가디언은 이를 ‘아메리칸 드림의 축소’라고 표현했다.
GM의 쇠락은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도 석양이 깃 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GM과 쌍벽을 이뤘던 포드 자동차도 생산직 노동자 4,000명을 추가로 감원키로 했다. 테네시주의 스프링힐을 비롯해 GM 공장이 있는 오클라호마, 조지아, 미시건 주의 여러 도시들, 그리고 캐나다의 도시까지도 GM이 없는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동차가 미국 산업의 상징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점이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T모델을 내놓은 이래, 자동차는 언제나 미국식 생활양식, 대량생산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글과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 분야 제품에 그 왕좌를 넘겨주게 됐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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