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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포츠담에서 부산까지

입력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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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미국을 비롯한 3개국 정상들이 포츠담에서 전후처리를 논의할 때, 우리 한반도는 공식 의제 속에 언급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60년이 지난 지금 아ㆍ태 지역의 21개국 정상들이 부산에 갈매기처럼 모여들고 무슨 선언까지 하다니, 어찌 일말의 감회가 없을 것인가?

나라의 주권을 되찾은 지 환갑이 되는 시점인지라, 오동도 등대 불을 빌려 잠시 걸어 온 역사를 돌아봄이 어떠한가? 반도가 반으로 나뉘어 남북이 각자의 운명을 걸고 정치 실험을 한 지가 육십 년인데, 북은 그때나 지금이나 고지식한 놀부처럼 심술궂기가 그지없고, 남은 벼락부자가 된 흥부라도 된 듯 인심을 크게 쓰는 형국이라 사뭇 대조적인데, 북은 원래부터 그러하니 말할 것 없고 달라진 남쪽을 오늘의 의제로 삼는 것이 좋을 듯싶다.

남한은 미국에서 물어온 박씨를 민주주의라는 옥토에 심었고, 북한은 시베리아 언 땅에서 물어온 박씨를 공산주의라는 척박한 땅에 심었으니,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 만고의 이치인지라, 남쪽이 수많은 손님을 초대할 만큼 넉넉하게 된 것도 다 이 때문이라.

그러나 생각해보면, 남쪽이 심은 박씨는 저절로 자란 것은 아니었다. 건국 초기에 장기집권이란 긴 가뭄이 있었고, 이어서 군사독재의 된 서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경제는 체력단련을 하면서 싹을 키우고 뿌리를 내려 문민정부 시대에 이르러 대박을 터트리는가 싶더니 외환위기 한파로 대박은 어디로 가고 나라의 진로도 불확실하게 되었더라.

마침내 안개가 걷히니 이제는 햇볕이라, 남북왕래가 빈번해지고 소걸음에서 이제는 제비처럼 삼팔선 위를 날아다니니, 현 정권의 하는 일이란 오직 우측으로 기울었던 나라를 좌측으로 기울게 하는 것이라.

혹자는 남한의 민주주의의 실험이 끝났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남북통일이란 또 다른 실험에서 민주적 가치의 줄기세포가 큰 탈 없이 이식이 될 때 비로소 다 이루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인권 없는 화해나 통일은 난자 없이 줄기세포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건만, 전 세계가 지지하는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을 대한민국 홀로 외면하다니, 우리의 민주주의란 정권의 정권에 의한 정권을 위한 독선의 실험을 몇 년쯤 꾹 참고 견뎌야 하는 제도 아닐까? 그보다도 포츠담에서 부산까지 장장 60년이 걸렸는데, 부산에서 평양까지는 또 몇 년이나 걸리려는지?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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