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22일 ‘인텔 쇼크’로 크게 흔들렸다.
인텔이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에 나선다는 소식에 장 개시 직후부터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매물이 쏟아져 지수가 20포인트 가량 급락했다. 하이닉스의 경우 주문 폭주로 체결이 일시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두 회사 주가는 그동안 일본 등 하위업체들의 연합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독보적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한 탓에 끄떡 없었으나,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인텔이 나서자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인텔은 이날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를 위해 ‘IM 플래시 테크놀로지’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양
사는 초기에 각각 12억 달러를 투자하고 3년 내 14억 달러씩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지분은 마이크론이 51%, 인텔이 49%. 제품은 2006년 말부터 본격 생산될 전망이며, 애플이 선주문 대가로 2억5,0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시장 진출은 과연 국내 선발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의 뛰어난 메모리 기술력을 단시간에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경쟁 심화에 따라 플래시메모리 가격과 마진율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주가 약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임홍빈 연구원은 “D램 영업이익률이 0% 전후에 불과한 업체가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마이크론을 평가절하하면서 “빨라야 2006년 말에 가동될 것이므로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송명섭 연구원도 “국내 업체의 내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으며 주가에 미치는 충격도 하루이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공정기술과 MLC(Multi Level Cell) 기술, 마이크론의 메모리기술이 결합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조합”이라며 “마이크론은 도시바와 플래시메모리 관련 상호 라이센스가 체결돼 있어 특허문제도 없다”고 지적했다. MLC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삼성증권 배승철 연구원도 “낸드플래시 시장에 이미 진출한 마이크론이 인텔의 자금과 기술력까지 지원 받을 경우 빠르게 시장의 주요 메이저 업체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따라 현재 40~50% 수준의 고마진을 누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수익구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직 가동도 하지 않은 회사에 선주문을 한 것에 대해 “‘아이팟 나노’ 등으로 세계 최대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처로 떠오른 애플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 의존도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플래시메모리 가격도 낮추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정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에서 영역 구분이 점차 무너져 가고 있다”면서 “조만간 메모리 부문의 절대 강자이면서 시스템온칩(SoC) 부문에 진출하려는 삼성전자와 메모리시장에 진출하려는 칩셋 부문의 강자 인텔이 정면 대결하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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