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를 누가 반대하겠어요. 하지만 전국의 여성을 상대로 난자기증 캠페인을 벌이겠다니, 솔직히 모욕감이 좀 듭니다.”
난자취득 과정의 윤리성 논란으로 곤경에 처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를 돕기 위해 난자기증 민간재단이 창립됐다는 보도가 나간 22일 오전. 직장여성 K(29)씨는 “난치병 치료도 좋고 국익도 좋지만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작용으로 불임이 되거나 사망할지도 모른다는데 애국심만으로 난자를 내놓으라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무슨 ‘금 모으기 운동’도 아니고, 국익을 위해서라며 덥석덥석 빼 줄 성질의 것이냐”고 반문했다.
생명공학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언제부터인가 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황 교수의 연구성과는 자연스럽게 국익과 등치관계에 놓이게 됐다.
난자기증 운동을 두고 ‘제2의 행주대첩’이니 ‘나라를 구할 위대한 여성들’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걸 보면 이번 논란을 미국 등 선진국과의 ‘산업전쟁’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 ‘숭고한 연구’ 앞에서 난자 채취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것은 저의가 있는 불온한 행위로까지 여겨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부전증이나 불임,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는 과배란증후군 등을 개인적 ‘결단’으로 남겨둔 채 성과부터 내는 것이 과연 숭고하기만 한 일일까.
연구에 난자가 필요하다면 먼저 난자채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줄여 누구라도 안심하고 기증할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을 찾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안전한 채취법과 투명한 관리시스템부터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황 교수를 향한 이 뜨거운 여론을 보면서 아직도 국익이면 무엇이든 감수해야 한다는 과거의 동원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박선영 사회부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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