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의 삼성전자 독주를 막기 위해 미국ㆍ일본 업체들이 대대적인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낸드플래시의 잠재력을 알고 기술개발과 함께 시장을 키워왔다. 경쟁 업체들은 이를 무시해 오다 최근 휴대폰,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게임기 등 모바일기기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이 폭발하자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4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세계 시장의 50.2%를 장악했다. 하이닉스도 3억9,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은 1억 달러 선에 불과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반도체분야 1위 기업인 인텔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IM 테크놀로지’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낸드플래시 생산에 뛰어든다고 전했다. 이 두 회사는 각각 12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향후 3년간 각각 14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
삼성전자가 공급한 낸드플래시로 MP3플레이어 ‘아이팟나노’를 생산하기 시작한 애플은 이날 삼성전자, 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도시바 등 5개 반도체업체와 낸드플래시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애플이 이들 5개 업체에게 선급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삼성전자 5억달러, 하이닉스 2억5,000만달러 등 12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에 앞서 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히타치제작소와 도시바, NEC, 마쓰시타 전기산업,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등 일본 주요 5개 반도체 회사가 공동출자해 내년 중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공장 건설엔 2,000억 엔(약 2조원) 가량이 투자될 예정이다.
또 매출규모 세계 5위 반도체 업체인 독일 인피니온도 메모리 사업부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인텔에 이어 세계 2위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업체인 AMD는 인피니온과 낸드플래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LG필립스LCD와 1위 다툼을 벌이는 LCD분야에서도 중국업체들의 도전이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의 비즈니스뉴스와 차이나데일리는 스카이워스, TCL, 콘카, 창흥 등 4개의 중국 가전사가 중국정부와 협력해 100억~200억 위안(약 12억5,000만~25억 달러)을 투자해 LCD 패널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LCD시장 규모는 현재 세계시장의 4%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중국 디지털TV 시장 확대에 따라 TV용 LCD 부문이 1억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장기적으로 선두 업체들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과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합작사 설립에 대해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도 드디어 혹독한 경쟁의 ‘레드오션’으로 진입했다”는 비관론과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으로 향후 시장은 ‘1강(삼성전자)+1중(도시바)+기타’에서 ‘1강(삼성전자)+3중(도시바, 하이닉스, 인텔-마이크론)의 구도로 바뀔 것”이라는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은 한국업체가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낸드플래시 시장참여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가격안정에 도움이 되는 만큼 한국업체들로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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