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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이런문화, 저런생각] 학교, 군대, 폭력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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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이런문화, 저런생각] 학교, 군대, 폭력 그리고 영화

입력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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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동하지 말자. 학교폭력은 늘 있었다. 영화가 그 원인이고, 촉매제라는 말은 아주 조금 맞긴 하지만 억지에 가깝다. ‘친구’ ‘두사부일체’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영화가 지금의 학교 폭력을 부채질했다면, ‘진짜 진짜 잊지마’ 같은 명랑하고 우정 넘치는 학창시절을 담은 하이틴영화가 판을 치던 70, 80년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가 다닌 중학교 어느 선생님은 사소한 실수에도 늘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아이들의 따귀를 사정없이 때렸다.

영화, 특히 학교를 무대로 하는 영화에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영화가 폭력을 미화하는 것도 물론 금지해야 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주장처럼 청소년들이 모방할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으니까. 그래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있고, 관람등급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를 또 다른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어리석다. 충주 지역 여고생자살사건과 같은 학교폭력은 정부와 교육계가 책임을 느끼고 발벗고 나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정부가 청산해야 할 지난 군사독재시대의 ‘유물’ 인지 모른다.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앞에 언급한 영화들 역시 대부분 폭력에 대한 미화가 아니라 그 ‘더러운 유물’에 대한 고발이다.

때문에 이런 영화를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일종의 책임회피다. 반인권과 폭력청산의 방향이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폭력에 관한 한 군대도 예외는 아니다. 신인 윤종빈 감독의 대학졸업 작품인 저예산(2,000만원) 장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18일 개봉)는 그것에 대한 우울하면서도 통렬한 고발이다. 그 점이 높이 평가돼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4개의 상을 받았고, 선댄스와 베를린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6개월 전 우연히 이 영화를 미리 볼 기회를 가졌을 때, 윤 감독으로부터 “군의 촬영 협조를 얻기 위해 가짜 시나리오를 제출했다” 는 말을 들었다.

결국 그 일로 윤 감독은 16일 국방부에 의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로 고소당했다. 여기에서도 ‘혼동’ 은 있다. 군이 처음 시나리오에 대해선 촬영협조를 거부해 적은 돈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거짓말’ 을 할 수밖에 없었고, 또 영화가 상도 받았고 작품성도 좋으니 그냥 한번 넘어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윤 감독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여기에는 뜻이 좋고, 결과가 좋으면 수단은 정당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잘못된 관용이 숨어있다. 그렇다면 교사가 교육을 위해 마구 매를 휘두르고, 고참이 군대 위계질서를 위해 졸병에게 폭력을 가하는, ‘용서받지 못한 자’ 가 사기극까지 벌이며 비판하고자 한 바로 그 폭력도 결과에 따라서는 괜찮다는 얘기가 된다.

육군은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선처를 바라는 중앙대 총학생회 간부의 글에 대해 19일 육군본부 박용하 중령은 이렇게 답했다.

“결코 영화내용을 문제시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거짓 시나리오를 보내 공공기관을 속인 위계행위를 문제 삼았을 뿐이다. 원 시나리오가 거절당하자 가짜 시나리오를 보낸 것은 또 다른 거짓말이다. 사익을 위해 원칙은 도외시한 채, 또 다른 거짓으로 다른 사람들을 속이려는 사람에게까지 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전히 폐쇄적인 군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 까지 해도 된다는 착각은 안 된다. 표현과 창작의 자유가, 그 뜻이 아무리 소중하다 하더라도.

/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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