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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러일외교도 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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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러일외교도 고배

입력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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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1일 도쿄(東京)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최대 쟁점인 북방영토문제를 놓고 첨예한 이견을 보여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데는 실패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2시간 40여분 동안 계속된 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방영토문제를 조금이라도 진전시키려고 애썼다. 그는 회담에서 ‘북방 4개 섬의 귀속문제를 해결한 후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1993년 도쿄선언과 2003년의 러일행동계획 등 일련의 문서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1956년 작성된 소련과 일본의 공동선언을 토대로‘2개 섬 반환’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이를 거부했다.

양국 정상은 북 핵 문제와 동북아시아 안전보장을 위한 협조를 다짐했으며, 대테러 대책과 무역ㆍ투자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12개 항의 합의를 도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방영토문제와 관련 “양국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는데 일치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북방영토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양국이 서로 다가선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외교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방영토문제에 대해 강경자세로 돌아선 배경으로 ▦유가 폭등 등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의 호황과 ▦한층 밀착된 중러 관계 등을 꼽고 있다. 한마디로 현 상황에서 굳이 일본과 영토문제를 해결하지 않더라도, 일본과의 경제 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100여명의 러시아 경제인을 동반하고 5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영토문제는 뒤로 한 채 경제면에서의 실리만을 챙기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로써 고이즈미 총리는 아시아에서의 고립에 이어 러일 외교에서 또 한번의 고배를 들게 됐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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