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전문업체가 최근 조사한 ‘2005 취업시장 10대 뉴스’는 우울하고 칙칙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웬만하면 100대 1을 넘었던 사상 최고의 취업경쟁률이 1위였고, 1시간을 넘기일쑤인 심층면접, 전체 임금근로자의 40%에 이른 비정규직 근로자,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꾸려가는 ‘프리터족’ 및 취업후 곧바로 이직을 꿈꾸는 ‘취업반수생’ 급증, 10대기업 채용만 증가하고 나머지는 오히려 감소한 양극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바늘구멍처럼 들어가기도 어려운 게 취업이고, 간신히 들어간 곳에선 후회하는 게 취업이란 얘기다.
올해 4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던 정부의 큰소리는 1분기엔 웃음거리가 됐지만 이후 8월까지는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하지만 9, 10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은 20만명대에 그쳤고 특히 8% 안팎을 오가는 청년(15~29세)실업률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생계형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 고용과 구직 포기자 등 잠재적 실업이 더욱 확대되고, 그 결과 국가와 사회의 역동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문제는 황폐한 고용사정이 내년에도 거의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상의가 최근 서울지역 기업 2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고용전망에 따르면 18%만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을 뿐, 나머지는 올 수준이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경영환경 불확실, 고용없는 성장으로의 산업구조 변화, 친기업적 정책부재 등이 꼽혔다.
출범 초부터 유난히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던 이 정권에서 고용의 질과 양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더구나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데도 원인과 해법을 찾지못한채 우왕좌왕하는 것은 패러독스다.
‘21세기판 용비어천가’를 읊어대고 ‘정권홍보 잔치’에 국민혈세를 마구 써대는 방식으로는 일자리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양극화로 원인과 결과를 모두 설명하는 정치관료와 경제관료는 이쯤에서 밥그릇을 내놓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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