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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집을 위해 사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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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집을 위해 사는 한국인

입력
2005.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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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한국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화 주제는 바로 ‘집’이다. 자기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다른 사람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얼마에 집을 팔고 샀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공통된 화제인 듯하다.

그리고 상대방이 집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종종 그 사람의 능력이 평가되기도 한다. 한번은 3~4년을 함께 살고 있는 아내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유를 물으니 “집이 없어서 아내의 부모님께 허락을 받지 못했어. 집 사려면 몇 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집 사고 나서 정식으로 결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라고 답했다.

‘집’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오히려 집을 위해 살아가는 듯하다. 집 장만을 위해 10년, 때로는 평생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은다. 어렵게 장만한 집은 더 큰 이익이 되는 집을 사기 위해 쉽게 판다.

산을 깎고 서 있는 한국의 아파트들을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한국인들은 땅 위에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집 위에 집을 짓는구나”라는 것이었다. 한 쪽에서는 돈이 되는 집을 더 만들기 위해 집 위에 또 집을 짓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그 집을 갖기 위해 고생을 하는 것이다.

히말라야에서 사는 셰르파족들의 집이 떠오른다. 셰르파들의 집을 방문한 많은 한국인들은 좁고, 어둡고, 살림살이도 없는 것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셰르파들에게 ‘집’은 자신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집은 자신과 자녀가 태어나고 후손들이 살아갈 곳이다. 겨울이 오면 잠시 집을 비워두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지만 봄이 되면 다시 돌아간다. 셰르파들은 태어난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한다.

보통 2, 3층 정도 되는 셰르파족들의 집에는 각 층, 각 방마다 부모님, 형, 동생들이 평생을 함께 살아가니, 대대로 가족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필요한 공간만큼만 집을 짓는다. 새가 제 몸뚱이에 맞게 둥지를 틀고, 호랑이가 제 몸뚱이에 맞게 굴을 파는 것과 같다. 그들은 땅 위에, 사람이 살 집을 짓고 사는 것이다.

한국의 집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한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집이 사람을 위한 집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검비르 만 쉬레스터· 네팔인· 무역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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