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들은 성공하고 잘 사는 사람들보다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 그들이 내뱉는 언어, 그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 등은 지배 이데올로기가 갖고 있는 오만과 편견을 폭로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적극적 혹은 소극적 일탈자들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란히 등장한다.
“우리가 범죄자라면 피해자가 있어야지….” 응달로, 탈법 지대로 쫓겨 나갈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항변이 시작됐다. 극단 죽죽의 ‘지상의 모든 밤들’은 위법일 수밖에 없는 숱한 밤의 주인공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지난해 9월23일.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됐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얼굴을 마스크로 덮고 시위를 벌이는 일단의 여성들을 보게 됐다. 그 많던 ‘그녀’, 혹은 때로는 ‘그’가 사라졌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어디 갔을까? 연극은 마스크 뒤에 가려져 있던 많은 입을 대신한다.
법률 시행 이후 업주가 단속을 피해 일하던 아가씨들을 교외에 피신시키자, 그녀들은 한 데 모여 조용히 숨어 지내며 숨겨져 있던 속내를 서서히 드러낸다. 옛 업소에서의 철저한 억압과 착취로 그들은 주눅이 들대로 들었다. 지척의 고향을 두고도 15년 간 못 가고 있는 래경, 사람들의 시선과 말이 두렵기만 하다는 은영, 비만 오면 자신을 팔아치운 그 녀석이 그립다는 지연 등 4명의 사연 많은 여자들이 펼치는 한밤중의 파티는 기이한 여행길이다.
이 연극은 사회적 관심이 과연 얼마나 그들을 배려하고 있는가를 캐묻기도 한다. 엇비슷한 이름의 단체들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억지로 드러내야 하며, 결국은 모처럼 얻은 휴식의 기회마저 뺏긴다. 철저히 유린당한 인간들은 어떻게 자기를 발견하고, 재사회화되는지 극은 담담히 보여준다.
‘훼밀리 바게뜨’‘별이 쏟아지다’ 등에서 감각적 연출력을 과시한 김낙형이 연출, 이영숙 최영환 이자경 등 출연. 12월 1~31일까지 혜화동 1번지.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30분, 일 3시 6시. (02)762-0010
사회 주류는 소수자에 낙인을 찍지만, 기실 그것은 몰이해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악어컴퍼니의 ‘우리 나쁜 자석’은 외톨이 혹은 ‘왕따’에 대한 연구 보고서다. 네 명의 남자가 겪어 온 삶을 9살, 19살, 29살 등 세 단면으로 나눠 무대에 올린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여기서 나쁜 자석(magnet)이란, 멀쩡한 아이들까지 끌어 들여 한 부류로 만드는 문제아를 뜻한다.
2001년 영국에서 나온 작품이지만 등장 인물과 환경을 완전히 한국화, 현재 우리의 모습을 반추케 한다. 이른바 남자다움의 신화가 단단히 망가진다. 듬직할 것만 같았던 남자들의 우정 아래에는 옹졸하기 이를 데 없는 남성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대는 그 같은 삭막한 내용을 한 편의 동화처럼 아련하게 표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역설적 감동이다.
다양한 연령대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그렇거니와 친구들끼리 결성한 밴드, 복화술사의 인형, 극중극 형식의 동화 등 독특한 장치들이 무대를 도드라지게 한다. 공연 기간은 ‘지상의…’와 동일. 맥스웰 작, 김효중 연출, 정청민 박승배 김유철 등 출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화~금 오후 7시30분, 토 4시 7시30분, 일 3시 6시. (02)764-8760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