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2008학년도 논술고사를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20일 “최근 청와대가 교육인적자원부를 통해 서울대 논술고사 예시문항이 본고사가 될 소지가 있으니 수정해 달라고 전해왔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정 총장은 “대학입시 문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이것을 정부부처에 보고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교육부는 “청와대가 사전에 개입하거나 문제삼은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나 정치권이 대학의 입시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6월 말 서울대 본고사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건 청와대와 여당의 지나친 간섭이었다.
대학과 고교, 교육부, 학부모단체 등 관련 기관이 논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으나 정치쟁점화하는 바람에 파문이 확산된 것이다. 이번의 경우 청와대 개입의 진위는 분명치 않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서울대가 논술고사 예시문항을 사전에 교육부에 보고한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교육부는 서울대 본고사 파문이 확산되자 8월 말 본고사와 논술고사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서울대도 교육부 방침을 수용해 일단락됐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공교육 정상화라는 사회적 요구를 서울대가 받아들인 때문이다. 따라서 예시문항 발표를 앞두고 서울대와 교육부가 사전에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오히려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문제를 공개했을 때 빚어질 혼란을 고려하면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 총장이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서울대가 논술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은 사회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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